[데스크칼럼] ‘노골드’라도 자랑스러운 우리 태권도

김경탁 / 기사승인 : 2021-08-02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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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경탁 기자] “이 올림픽 꼭 해야하는거냐”는 의문과 불안감 속에 출발한 2020 도쿄 올림픽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선수촌이나 경기장에 대한 여러 문제점과 개막식에 대한 몇가지 불만 사항 그리고 날로 심각해져가는 도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안감을 키우고는 있지만 선수들의 멋진 경기 모습 하나하나에 기분이 들썩 거리는 나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은 언제나 한편으로 짠하면서 또 한편으로 장하고 멋있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데, 특히 우리 태권도 선수들이 승자를 향해 진심어린 미소로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승부의 장에서 결과를 맞이하는 각자의 감정은 모두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는 한국 선수가 없었던 점은 사뭇 기분을 좋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우리도 이제 ‘한의 정서’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뿌리를 내렸다는 징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스포츠든 일단 ‘우리편’이 이겨야 더 재밌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겠지만 그 이면에 있는 드라마는 경기의 승패 여부를 떠나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고국을 떠나 히잡 벗고 난민팀 소속으로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들이나 대회 직전 불행한 사고로 한국인 스승을 잃은 우즈베키스탄 선수 그리고 11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다가 마지막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 은퇴한 이대훈 선수의 사연은 특히 가슴을 울렸다.


또한 태권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부분 나라의 코칭스태프에 한국인이 포함돼있는데, 각 나라 대표팀에 한국인 감독이나 코치진이 설령 없다 해도 모든 나라에 태권도가 전해지고 발전해온 역사 안에 우리 대한민국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일부 언론들에게는 우리나라가 올림픽 최초로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많이 거슬렸나 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노메달이라도 괜찮다”던 언론매체들이 ‘노골드 수모’, ‘대망신’, ‘자존심에 상처’ 등의 표현을 쓰면서 맹렬하게 비난·질타하는 모습은 입으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하면서 사교육 쳇바퀴에 자녀를 던져놓고 성적 쥐어짜기를 하는 학부모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국제스포츠’로서 태권도에는 큰 딜레마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한국 대표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거둘수록 국제스포츠로서 존립 근거가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넘어 싹쓸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견제장치를 만들어왔다.


세계태권도연맹 규정에 남녀 각 8체급 경기를 구성하도록 돼있는 것과 달리 올림픽 태권도는 체급을 통폐합해 남녀 각 4체급으로 경기를 실시하는데다,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한 국가당 남녀 2체급씩 최대 4명만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규정도 있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쿼터 제한이 없어진 데에는 직전 2012 런던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금1, 은1 총 2개의 메달만 거둬간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우 대회는 한국 출전선수 전원이 메달(금2·동3)을 목에 걸면서 다시 쏠림 문제가 불거질까 걱정됐는데, 요르단과 코트디부아르의 첫 번째 금메달과 이란의 첫 여자부 금메달 등 역대 가장 다양한 나라에 태권도 금메달이 돌아가면서 태권도의 확장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는 올림픽 난민팀(EOR)과 61개국이 참가했고, 그중 동메달 하나라도 수확한 나라는 21개국에 달했다. 2016년 리우 대회 때 20개국이 메달을 수확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역대 최다 인원인 6명 출전에도 불구하고 ‘노골드’라는 결과가 나온 게 단기적으로 ‘한국 태권도’의 위상이 흔들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올림픽 태권도’ 자체의 위치는 더 굳건해지면서 체급 세분화까지 언급할 명분을 쌓는 역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5일자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상대적으로 선수단 규모가 작은 약소국들에게 12개 이상의 메달을 안겼다고 한다.


“약소국들에게 태권도는 메달로 가는 길”(Taekwondo Is Path to Medals for Countries That Rarely Get Them)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기사에서 NYT는 “태권도는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태권도는 5대륙 200개 이상의 나라에서 80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수련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세계인이 받아들인 ‘첫 번째 한류’가 태권도라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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