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리스크 2막 …흑자 착시에 가려진 ‘HL디앤아이’ 5대 재무 위험 (3부)

최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2 09: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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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인데 현금은 적자”…차입·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총계 증가 ‘착시효과’
▲장기차입금 3600억원 증가 ▲매출재권·재고자산 동반 폭증 ▲영업현금 대규모 적자
사익편취 의혹에 공정위 조사 받는 HL홀딩스에 번지는‘2차 충격’…유동성 리스크 확대

정몽원 HL홀딩스 회장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이어, HL홀딩스의 또 다른 뇌관은 그룹의 캐시카우인 ‘HL D&I(이하 HL디앤아이)의 재무 리스크다. 장부상으로는 흑자 기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현금이 마르고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지주사 ’HL홀딩스‘ 재무 건전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왼쪽) 정몽원 HL홀딩스 회장, 홍석화 HL디앤아이 대표/자료=각사

HL디앤아이는 HL홀딩스 지배 아래에서 부동산 개발, 물류·인프라 사업, 그룹 내부 프로젝트 수행, 투자·자금 운용 창구 역할을 하는 그룹의 핵심 자회사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익편취 ·승계 논란의 핵심 연결고리로도 지목되는 만큼, HL디앤아이의 재무리스크는 그룹 전체로 확산 될 만큼 파급력이 강하다.

12일 HL디앤아이의 올해 1~3분기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전년 말 대비 단 9개월 만에 ▲장기차입금은 3600억원 증가 ▲매출재권·재고자산 동반 폭증 ▲영업현금흐름은 대규모 적자 전환됐다. 자본 증가분 역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것으로 회사의 실질적 재무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자산은 늘었는데 돈은 빠졌다”…회수 불능 리스크 확대

올해 3분기 누적 자산 총계는 2조607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7030억원) 보다 3578억원이 증가했다. 자산 증가는 매출채권 1934억원, 재고자산 1692억원, 미청구공사 207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실제 현금성 자산 증가는 62억원에 불과했다.

즉 현금은 빠져나가고 회수되지 않는 자산만 증가하는 ‘역(逆) 현금흐름 구조’로 바뀐 셈이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조2283억원에서 1조4932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3분기 만에 약 2649억원(21.6%)가 늘어난 것으로 우려되는 점은 ’장기차입금‘ 증가다.

단기차입금이 2875억원(2024년 말)에서 3113억원(3분기 말)으로 238억원 증가할 때, 장기차입금은 1594억원에서 5199억원으로 급증했다. 9개월 동안 3605억원(330%) 폭증했다.

이는 단순한 차입 증가가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버티기 위해 단기 차입금을 장기로 차입 기간을 연장하는 ’만기 연장‘ 구조 패턴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HL디앤아이가 사실상 ’차입 의존 경영‘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흑자인데 현금은 적자”…차입·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총계 증가 ‘착시효과’

손익부문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087억원, 영업이익 595억원, 당기순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흑자 기업‘이다. 하지만 영업외비용이 592억원으로 이 중 이자비용이 405억원이었다. 이자비용이 지난해 동기(297억원) 대비 108억원(36%) 늘어난 것으로 차입금 급증으로 이자비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HL디앤아이 경영실적 중 가장 심각한 지표는 ‘현금흐름표’다.

3분기 누적 형업활동현금흐름은 –1466억원으로 전년 동기(-581억원) 대비 적자 폭이 2.5배 확대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도 –231억원(2024년 말)→ –357억원(상반기)→ –627억원(3분기)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현금 유출은 더 커지는 추세다.

 

이익은 나는데 현금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는 ‘외형 성장형 유동성 위험 기업’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또 HL디앤아이는 자금 조달을 위해 단기 차입 5430억원, 장기차입 2605억원, 신종자본증권 771억원을 발행하며 현금을 메웠다.

이런 방식을 통해 자본 총계는 약 900억원 늘었지만 이 중 대부분이 신종자본증권(771억원) 발행에 따른 것으로 자본 확충의 상당 부분이 ‘형식적인 개선’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고금리 비용 발생, 일정 시점 이후 상환 압박이 있는 사실상 부채 성격의 자본이다. 결국 회계상으로는 자본이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여주기식 성장’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재무 구조를 ’착시‘로 개선된 효과를 가져올 뿐 재무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라고 말했다.

HL홀딩스에 번지는 ‘2차 충격’…유동성 리스크 확대

HL디앤아이의 재무 구조 악화는 바로 HL그룹의 컨트롤타워인 HL홀딩스의 재무 안정성과 지배구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HL홀딩스의 유동부채는 7939억원(2024년 말)에서 9021억원(2025년 3분기 말)으로 9개월 만에 무려 1082억원이 증가했다. 유동성장기차입금은 700억원에서 1536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영업이익도 흔들렸다.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3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41억원) 대비 6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97억원(2024년 상반기)에서 –101억원(2025년 상반기)으로 적자 전환됐다.

3분기 누적 영업현금흐름은 +92억원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42억원 순유출로 마감됐다.

HL홀딩스는 이미 정몽원 회장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HL디앤아이의 현금흐름 악화와 차입 확대가 겹치면서, 그룹 차원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 지배력 약화, 승계 불확실성 확대 등 지배구조 리스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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