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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가 근로자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채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매년 6월이면 노·사·정이 한바탕 전쟁에 돌입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언제나 노·사 각 측은 이견이 큰 임금안을 내놓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곤 어느 한 측은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가버린다. 이어 정부 측 공익위원은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안을 내놓고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항상 소외되는 집단이 있다. 자영업자들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50만명, 자영업 비율은 약 25%로 미국의 4배, 일본·독일의 2.5배에 이른다. OECD 평균은 17%다. 또 이들 대부분은 생계형으로 다시 말해 ‘무늬’만 사장이다. 반면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을 채용하는 거대한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임금 결정에 반영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노동계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새 정부이기에 상당한 기대를 했던 이들이었지만 또다시 소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내년 시급은 올해보다 460원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됐다. 사용자, 특히 자영업자들은 무리한 인상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최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너무 적다고 반발한다. 특히 지난 10일 양측의 이례적인 이의신청도 벌어졌다.
양측의 요구가 틀린 것도 아니다. 체감 물가상승률이 8%에 이르는 상황에서 임금상승률 5%가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고 최근의 경기불황, 특히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임금상승은 곧 파산과 같다는 주장 또한 틀리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영업 제한, 인원수 제한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 그들이 아닌가.
재계와 전문가들은 “이제는 업종별, 지역별 차등을 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덜 힘든 노동,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저임금 노동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없다는 것, 또 그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도 모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소모적이고 논쟁적인 싸움, 뻔한 스토리를 접해야 하는가. 그러는 사이 수백만의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은 ‘을과 을’의 원치 않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도심 노동자들의 평균소득은 연봉 450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2만원 수준이다. 시급이 얼마건 관심도 없다. 더구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는 대기업 노조원들은 시급 3만원도 우스운 게 사실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시급 인상에 고통받는 이들은 힘없고 가난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잘린 이들, 퇴직한 이들, 직장을 못 구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노동자들은 정식 직장이 아닌 임시직일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가구생계비 수준을 요구하는 게 바로 우리 사회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업종별, 지역별 임금 차등제는 이미 여러 선진국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을 예로 들며 논의조차 거부한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해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영업 과밀 국가는 더욱 그렇다.
주휴수당도 그렇다. 이는 1960년대 유물이다. 당시 일방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같은 논리로 현재 주휴수당을 채택하는 나라가 OECD 중 어느 나라가 있는가.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주 15시간 쪼개기 채용 행태를 비판할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는 당국을 탓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그나마 타협안을 내놓은 게 바로 주휴수당 폐지, 무노동 무임금 제도다. 시급은 만원이 돼도 좋다는 것이다.
정책 결정은 탁상에서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무능하고 민심을 읽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갈라졌는지를 돌아보기 바란다.
팬데믹 사태에서 선진국들은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수억원의 보상금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고작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면서도 그마저 줄을 세우고 차별해 많은 원성을 샀다.
‘고통은 홀로, 지원은 찔끔, 세금은 왕창’. 이것이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대하는 자세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사용자인가 노동자인가. 정부가 먼저 기준을 세우길 바란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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