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게임사 발전사① 넥슨, 한국 게임산업의 흐름을 따라 진화한 30년

최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9 07: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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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부터 Web3까지…넥슨,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
외부 매각설을 딛고 체질 개선…재도약 만전 기해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IP·글로벌·블록체인을 향한 긴 여정
▲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1990년대 중반, 게임은 ‘PC통신’으로 접속하던 세대에게 새로운 사회 공간이었다. 텍스트 기반의 채팅과 간단한 전투를 지원하던 MUD 게임이 대세였던 시절, 여기에 그래픽을 입힌 게임이 등장했다. 넥슨의 ‘바람의나라’는 전 세계 최초의 그래픽 MUD 게임으로, 이후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김택진(엔씨소프트), 송재경(엑스엘게임즈) 등과 함께 한국 1세대 벤처 게임 개발자로 꼽혔다. 넥슨은 1994년 설립 이후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고, 그 흐름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96년 상용화된 ‘바람의나라’는 이후 ‘퀴즈퀴즈’, ‘크레이지 아케이드’,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 중심 라인업으로 이어졌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산되던 한국의 환경은 이 같은 온라인 게임들이 폭발적으로 퍼지는 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넥슨은 10대 중심의 캐주얼 이용자층을 타깃으로 삼아, ‘국민 게임’이라는 말을 대중문화에 정착시켰다.

2000년대 초반 MMORPG 붐이 일었을 때,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로 청소년층을 견고히 다지며 다른 길을 택했다. 이후 2005년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를 퍼블리싱하며 다시 한번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중국 시장에서만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한 이 게임은 넥슨을 글로벌 퍼블리셔 반열에 올려놓았다. 개발사 인수와 자회사 확대를 통해 ‘퍼블리셔+개발사+플랫폼’이라는 3중 구조도 이 시기 완성됐다.

 

▲ 바람의나라를 즐겼던 게이머들은 다 아는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자료=바람의나라 클래식 인게임 캡쳐>

 

◆ 모바일 전환 실패와 매각설…넥슨의 위기

모바일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된 2010년대, 넥슨은 한 차례 크게 흐름을 놓쳤다. ‘서든어택2’, ‘마비노기 영웅전’,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 PC 기반 후속작은 기대를 밑돌았고, ‘카트라이더 러쉬’ 등 모바일 IP도 반향이 약했다. 반면 경쟁사 넷마블과 컴투스는 모바일 대표작을 잇달아 배출하며 외형을 키웠다.

더불어 2019년에는 김정주 창업자가 넥슨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조직 전반에 충격파가 퍼졌다. 비록 매각은 무산됐지만, 이후 유정현–이정헌–박지원 체제를 거치며 실적 중심 경영이 강화됐다. 이후 외부 퍼블리싱 사업을 줄이고 내부 개발력을 재편하며, 수익성과 체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는 2020년대 들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던파 모바일’, ‘블루 아카이브’, ‘프라시아 전기’ 등은 중국, 일본, 한국 각각의 시장에서 흥행 반응을 이끌어냈고, 글로벌 직접 서비스 전략도 본격화됐다. 넥슨은 개발 조직을 ‘넥슨게임즈’로 통합하고 ‘퍼스트 디센던트’를 시작으로 콘솔과 멀티 플랫폼 신작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을 예고하며 차세대 시장 대응에 나섰다.

 

▲ 퍼스트 디센던트 <이미지=넥슨>

◆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Web3 실험 나선 넥슨

게임 개발을 넘어, 넥슨은 다시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자체 플랫폼 ‘인텔라X(Intella X)’를 통해 게임·NFT·지갑·거래소를 통합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과거 넥슨캐시나 넥슨플레이처럼 디지털 자산을 유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유저에게 ‘소유권’과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

‘던파’, ‘메이플스토리’, ‘블루 아카이브’ 등 강력한 IP를 이 생태계에 순차적으로 연동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게임은 콘텐츠이자, 거래가 일어나는 플랫폼의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넥슨은 더 이상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플랫폼과 경제 시스템, 글로벌 서비스 전반을 설계하는 종합 구조 설계자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30년을 버티며 진화해온 이 게임공룡은 지금 또 한 번, 새로운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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