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관세 파고 넘은 ‘현장형 리더십’…수치로 입증된 현대차의 체질 변화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9 09: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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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86조 ‘사상 최대’에도 이익 감소…위기 속 구조 바꾼 대응력 주목
▲ 이덕형 편집국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다시 한 번 관세 리스크의 한복판에 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일수록 충격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하며 차별화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구조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2025년 연간 매출 186조254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북미 시장 판매 호조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확대, 우호적 환율 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판매 역시 410만대 수준으로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주목할 점은 실적의 ‘방향’이다.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은 판매 구조 자체가 고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고가 차종 비중을 확대하며 평균 판매가격을 끌어올렸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부 변수로 수익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매출 기반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는 관세를 단순한 비용 문제로 보지 않고, 글로벌 생산과 판매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유럽과 인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췄다. 이는 가격 인상이나 비용 절감에 의존하는 기존 대응 방식과는 결이 다른 전략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실행 속도다. 글로벌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의사결정 지연 없이 생산·판매 전략을 빠르게 조정했다. 정의선 회장이 주요 시장을 직접 점검하는 현장 중심 경영이 이러한 대응력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의 관리형 경영에서 벗어나,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실행형 리더십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일부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고,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관세 리스크가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단순 비용 조정 중심 전략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현대차 역시 모든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수익성 압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과 체력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매출 구조를 확대하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결국 글로벌 경쟁의 기준은 변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는 기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정의선 회장이 보여준 선택은 그 변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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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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