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반대 기류에 커지는 대한항공 주총 논란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4 10: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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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항공산업 경영 역량…조원태 체제 향한 견제와 경영 안정성 사이 충돌
▲ 이덕형 편집국장

최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재계와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 가능성이 거론되자 일부에서는 이를 경영권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호반건설의 지분 보유와 맞물려 대한항공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핵심은 단순한 지분 구도가 아니라, 대한항공이라는 대형 항공사를 누가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경영 역량의 문제에 있다.


국민연금은 주요 주주로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기관투자자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다만 연기금의 반대가 곧바로 경영권 교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은 투자 판단의 주체이지 항공산업을 직접 경영해 온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항공업은 안전, 정비, 노선 운영, 글로벌 제휴, 공항 슬롯, 국제 규제 대응 등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 경험이 필요한 산업이다. 단순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의 적임자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반건설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호반은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대한항공과 같은 초대형 항공사를 운영한 경험은 없다. 일부 언론이 호반의 지분 보유를 근거로 경영권 변화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지분 투자와 실제 경영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경영은 자본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항공산업은 작은 판단 착오가 안전과 신뢰, 수익성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일반 제조업이나 부동산 개발 사업과는 무게가 다르다.

대한항공은 오랜 기간 축적된 운영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항공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까지 진행하며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시기에 시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 할 대목은 누가 더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통합 이후의 복잡한 항공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점이다. 

 

메가 캐리어 체제는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노선 재조정, 조직 통합, 서비스 품질 유지, 국제 경쟁 대응까지 모두 아우르는 종합 경영 능력을 요구한다.

결국 이번 주주총회는 단순한 찬반 대결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반대 움직임은 경영진에 대한 일종의 경고와 책임 강화 요구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를 곧바로 대한항공의 주인 교체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확대 해석에 가깝다. 

 

대한항공의 미래를 좌우할 기준은 지분 경쟁의 소음이 아니라 항공산업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이다. 메가 캐리어는 자본의 힘만으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산업 이해, 위기 대응 능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을 시장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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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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