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휴평가, 언론개혁인가 과잉통제인가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7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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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배제와 영업활동 규제 강화, 자칫 언론과 기업 모두를 위축시킬 수 있다
▲ 이덕형 편집국장
네이버가 지난 2월 제휴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한 이후 언론계 안팎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 품질을 높이고 홍보성 기사나 부적절한 관행을 걸러내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준은 강화됐는데 경계는 더 모호해졌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자칫하면 뉴스 생태계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명분 아래 언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과도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보도자료를 기사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이다. 원칙만 놓고 보면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기업이 배포한 문서를 거의 손질 없이 기사로 내보내는 행태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기업의 홍보 문구가 아니라, 사실 확인과 맥락 설명을 거친 언론의 판단이 담긴 기사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업 보도자료는 오랫동안 기자들에게 중요한 취재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다. 신제품 출시, 실적 발표, 투자 계획, 인사, 전략 변화, 해외 진출 등 많은 경제기사들은 기업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확인과 취재, 산업 분석을 더해 완성된다. 이를 일괄적으로 비취재성 기사로 간주한다면 경제·산업 뉴스의 상당 부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이 1차 정보의 핵심 공급자인 경제 분야에서는 이런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들 역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식 입장과 사실관계를 언론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포털이 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통상적인 대외 커뮤니케이션마저 문제 행위처럼 비칠 수 있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를 토대로 추가 취재와 재구성을 거친 기사까지 광범위하게 의심받게 되면 기업 관련 보도는 위축되고, 그 피해는 결국 독자에게 돌아간다. 정보는 줄고 보도는 조심스러워지며, 현장은 점점 움츠러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홍보와 마케팅을 둘러싼 규제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언론사의 홍보·마케팅 연계 과정에서 부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곧바로 뉴스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현장에서는 그 자체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광고를 대가로 기사를 거래하거나 편집권을 영업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이는 언론의 공적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언론사는 취재와 편집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광고, 협찬, 행사, 콘텐츠 제휴 등 다양한 수익 구조 위에서 조직이 유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고 어디부터가 부당한 기사 거래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정상적인 매출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털이 뉴스 유통을 넘어 사실상 경영과 영업의 영역까지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제보와 신고가 강한 제재의 통로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퇴사한 기자나 전직 관계자가 과거의 관행이나 모호한 협찬 사례를 근거로 네이버에 제보할 경우, 해당 언론사는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소명 절차만으로도 평판과 영업에 타격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계약 해지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도는 뉴스 품질 관리 수단이 아니라, 언제든 언론사를 흔들 수 있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명확한 기준과 공정한 절차다. 네이버가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강화하려면 그만큼 판단 기준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 전재와 추가 취재를 거친 기사 사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부당한 기사 거래를 어떤 기준으로 가를 것인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사도 대비할 수 있고 기업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포털은 뉴스 유통의 중요한 관문이지만 언론사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뉴스 생태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이 언론 현실을 외면한 통제로 흐를 경우, 그 결과는 개혁이 아니라 위축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제재의 위세가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룰이다. 네이버의 제휴평가가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려면 언론과 기업을 잠재적 위반자로 보는 시선부터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제도는 뉴스 품질 개선보다 현장의 혼란과 불신만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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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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