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외형 성장 뒤엔 ‘노동 혹사’ 의혹…런던베이글 과로사 사건 떠올라

김은선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4 16: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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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마케팅 성공 뒤 드러난 근로제도 한계, 지속 가능성 관건
안경을 패션 아이웨어로 바꾼 고수익 성장, ‘노동 착취 의혹'으로 구설수
몸집은 ‘연매출 1조’바라보고 있는데… 내부에선 근로복지 외면 비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안경 아이템을 필수 소비재가 아닌 ‘패션 아이웨어’로 뒤집으며 급성장한 젠틀몬스터가 공간·마케팅 혁신으로 고수익 모델을 구축했지만,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재량근로제 운영 논란으로 조직 운영의 성숙함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특히 런던베이글뮤지엄 근로자 혹사 논란과 맞물리며, 소비자 브랜드 전반에 걸친 ‘성장 속 내부 관리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젠틀몬스터 제품 사진/사진=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 급성장 이면에 드러난 재량근로제 논란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최근 디자이너 직군을 중심으로 한 재량근로제가 사실상 장시간 근로로 운영돼 업무 혹사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직원들은 주 52시간을 넘어 주 70시간에 가까운 근무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추가 보상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재량근로제 운영의 적정성을 살피기 위한 근로 감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이달부터 재량근로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김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근로 환경 전반에 대한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며 장시간 과로와 이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로 불편을 겪은 모든 직원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김한국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 대표/사진=연합뉴스


대신 출퇴근 시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오는 4월부터 근태관리시스템을 적용해 초과근무 시간을 체계적으로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과로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초과 근로가 발생할 경우 오차 없는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체계적인 근로 관리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단기간 급성장하며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는 20대 근로자가 숙소에서 과로사한 사건과 겹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런던베이글 역시 빠른 브랜드 확장과 높은 매출 성장의 이면에서 장시간 근무, 인력 부족,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이 문제로 제기되며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핫플레이스’ 브랜드일수록 내부 노동 환경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공통된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연매출은 2016년 1551억원에서 2019년 3006억원, 2022년 4100억원, 2023년 6082억원, 2024년 7891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 연매출 ‘1조 클럽’ 진입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30%에 달한다.


◆ ‘패션 아이웨어’로 바꾼 안경 산업의 문법


젠틀몬스터의 성장은 안경 산업의 기존 구조를 뒤흔든 결과다. 안경 산업은 제품 차별화가 어렵고 유통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업종으로 평가돼 왔다. 소비자에게도 안경은 오랫동안 의료·기능 중심의 필수 소비재로 인식됐다. 젠틀몬스터는 이 시장에서 안경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김한국 대표의 이력 역시 이 같은 전략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금융권을 거친 김 대표는 전통적인 안경업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설계했다. 안경원으로의 유통보다 공간과 이미지를 앞세우고, 안경을 ‘착용하는 상품’이 아닌 ‘경험하는 콘텐츠’로 재해석한 접근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특히 국내 안경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오프라인 쇼룸 전략을 본격 도입한 점은 젠틀몬스터 성장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옛날식 목욕탕·세탁소·만화방 등 실험적인 콘셉트의 공간은 단순 판매를 넘어 전시관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소비자가 경험 가치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공간 기반 전략은 SNS 확산과 유명 연예인 마케팅과 결합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 젠틀몬스터 쇼룸/사진=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안경 산업이라는 쉽지 않은 판에서 젠틀몬스터가 만들어낸 성과는 분명하다. 다만 이번 재량근로제 논란은 창의성과 속도를 중시해온 성장 방식이 조직 운영과 제도 정비에서는 한계를 드러냈음을 보여준다. 젠틀몬스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브랜드 혁신뿐 아니라 내부 근로제도와 보상 체계에서도 글로벌 기준과 사회적 눈높이에 부합하는 성숙함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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