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을 경계한다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1-26 16: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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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초반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경제성장률이 결국 4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어느 정도 걱정은 했다. 하지만, 결코 달갑지 않은 결과다. 역성장의 근본 이유는 소비 위축과 수출 부진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이 두 요소가 공히 부진하니, 경제가 성장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지도 모른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가 더 걱정이라고 진단한다. 작년엔 3분기부터 복합위기가 영향을 미친 반면, 올해는 온전히 복합위기의 여파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를 갓 넘기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는 아예 한국경제에 대해 올해 역성장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정부는 이같은 총체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제체제'를 풀가동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연일 토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대한민국1호 영업사원'이라며 세일즈 외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내수 기반이 취약해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움직임이다.


걱정은 정부가 당면한 경제 위기 극복에 올인 할 수록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부족해질 개연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적으로 글로벌 복합위기에서만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 

 

반도체 등 몇몇 산업에 과도하게 편중,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수십년째 지연돼온 것이 위기를 더욱 가중 시킨 측면이 있다. 우리 경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어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26일 개최한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에서 "우리 산업계가 2000년 이후 새 먹거리 창출에 실패함으로써 '잃어버린 20년에 빠졌다'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10대 품목 중심의 수출 및 생산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10년 뒤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차 등 주요 수출 품목마저도 중국의 추격권에 놓여있거나 일부는 추월 당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이 작년을 기점으로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다.


주력 품목의 부진과 미래 먹거리의 부재로 OECD는 우리나라의 GDP 잠재 성장률이 2030∼2060년 사이에 0%대까지 떨어져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10위인 실질 GDP가 2030년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2050년에는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밀릴 수 있다는 암울한 얘기다.


우리나라가 10년 뒤 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노동 인구의 감소, 해외 투자 증가, 후진적인 기업 환경,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일일히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출산률 꼴찌인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작년 71%에서 2040년 56.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 두뇌유출지수는 전세계 43위로 핵심 인재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매년 10% 이상 씩 늘어나는데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GDP 대비 R&D 투자액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사업화 성공률은 단 43.7%에 불과, 연구성과가 혁신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코리아 R&D패러독스'가 굳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혁신 산업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산업대전환 전략이 이래서 중요하다.


일본은 1억명이 훌쩍 넘는 강력한 내수기반과 전통산업의 파워만 믿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실패한 탓에 '잃어버린 20년'이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아니 아직도 그 시련의 연속선상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 또한 안타깝게도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한 채 저성장 기조에 깊숙히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복합위기 등 외부 악재 때문이라 안위 하기엔 우리 경제의 팬더맨털은 헛점이 많아 보인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희망으로 돌려놓기 위한 해법은 '혁신' 뿐이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2000년대 이후 ICT 초강국으로 등극하며, 10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6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것도 결국 혁신이 빚어낸 부산물이다.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재도약하기 위해선 정부도 기업도 모두가 혁신적인 사고로 중무장해야 한다. OECD의 우울한 경고를 보란듯이 뒤짚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며, 10년 후 미래의 확실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혁신하지 않고선 이뤄내기 힘들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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