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줌인] 방향 잃은 정부 정책…표류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이강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7 06: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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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발사체로 방향 틀었지만 행정 절차에 가로막혀 지연 우려
정부 정책 급선회에 민간·현장 혼란 가중…실행력 부족 지적
▲ 우주항공청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로 꼽혔던 차세대 발사체 사업이 최근 정책 혼선과 행정 지연으로 표류하고 있다. 민간 주관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신속한 결정이 없으면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애초 2조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누리호’를 넘어서는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 2032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일회용 발사체’가 목표였던 사업이, 스페이스X 등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되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행정 절차에서 멈춰선 사업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누리호보다 3배 이상 성능을 갖춘 대형 로켓을 개발하는 국가 핵심 프로젝트다.

정부는 당초 일회용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초 스페이스X 등 글로벌 우주기업의 재사용 발사체 성공을 의식해 사업 방향을 ‘재사용’으로 급선회했다. 이에 따라 2조원이 넘는 예산과 더불어 추가 예산 25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행정 변경이 추진됐다.

문제는 절차에서 불거졌다. 정부는 ‘특정평가’라는 예외 행정 절차를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다시 거치지 않고 사업을 바꾸려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총괄위원회는 “변경 규모가 너무 크다”며 특정평가 대상에서 제외, 사업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향후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재검토 등 추가 행정 절차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의 체계종합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개발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화에어로는 조달청과의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발사체 엔진 및 시스템 개발을 준비해왔으나 불확실성에 놓인 상황이다.

또한 우주항공청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차세대발사체 사업은 ‘재사용발사체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어, 실제 현장에서도 이미 ‘재사용’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공식 조직 구성과 현장 개발 목표가 재사용 발사체로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행정 절차와 예산 뒷받침이 미뤄지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도 “메탄 엔진 개발에도 시간이 걸리고, 기술 개발 과정에서의 공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협력업체를 포함해 전체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우주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도 이 사업의 지연이 매우 우려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 기술 경쟁력 뒤처질라…업계 “빠른 추진 절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전 세계가 2030년 전후 재사용 발사체 실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국만 절차 지연으로 뒤처질 경우, 우주수송 산업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시장 진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스페이스X는 연간 130회 이상 재사용 발사체를 운용 중이며, 중국·유럽·일본·인도 등도 발사체 재사용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우주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조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일정 등 국가 우주개발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관기업들은 정부의 투명하고 신속한 행정 절차와, 장기적 로드맵 수립을 통해 업계 부담을 최소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일정 부분 달 착륙 임무는 일회용 방식으로 수행하고, 재사용 기술은 따로 개발한다”는 식의 ‘절충안’도 내놓았으나, 사실상 뚜렷한 해법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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