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한파에 삼성, 인텔보다 감소폭 2배...하이닉스도 6위로 추락
|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상대적 업황차이로 인해 인텔이 삼성을 제치고 2년만에 글로벌 반도체공급업체 매출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에 이어 반도체 공급업계 매출마저 1위에서 내려왔다. CPU(중앙처리장치)업체 인텔이 2년만에 삼성을 제치고 다시 선두로 복귀했다고 조사가 나왔다.
삼성과 인텔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양사의 주력 제품의 수요위축의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인텔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CPU 등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삼성이 주력 공급중인 D램과 낸드 등 메모리시장이 더 위축된 결과다.
다수의 수요처를 두고 있어 범용성이 강한 메모리는 특정 수요에 치중하는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경기변동에 보다 민감하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촉발된 ICT수요 위축에 삼성이 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은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13년만에 애플에 밀려 2위로 밀려난데 이어 '세계일등'을 자부해온 반도체마저 인텔에 선두를 내줌으로써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낸 셈이됐다.
◇ 작년 최강 한파 속 메모리가 상대적 더 부진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이제까지 경험하기 어려웠던 냉기가 덮쳤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 분야는 혹한기로 표현될만큼 심각한 수요위축과 공급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4분기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1~3분기 부진으로 메모리 부문 최강자 삼성전자가 인텔에 반도체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넘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2년 대비 11.1% 감소한 5330억달러(약 715조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몸집이 크면 바람을 더 맞는 것일까, 상위 25개 반도체 공급 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1% 축소되며 부진이 더했다. 이들 25개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77.2%에서 74.4%로 하락했다.
반도체를 세분화해서 보면 메모리의 부진이 유달리 심했다. 메모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37% 줄어들었다. 사상 최악의 감소세다. 부문별로는 D램이 38.5% 감소한 484억달러, 낸드플래시 매출은 37.5% 감소한 362억달러다.
| ▲AI열풍으로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부진이 덜했다.사진은 엔비디아의 주력 AI그래픽칩. <사진=엔비디아> |
비메모리는 그나마 선방했다. 비메모리 매출은 시장 수요 약세와 채널 재고 과잉 등에도 3% 감소에 그쳤다. 비메모리는 미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다.
조 언스워스 가트너 VP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D램과 낸드의 3대 시장인 스마트폰, PC, 서버는 작년 상반기에 예상보다 약한 수요와 채널 재고 과잉에 직면했다"며 "반면 대부분 비메모리 공급업체의 가격 환경은 비교적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메모리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은 AI였다"면서 "AI가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 부문, 국방 및 항공우주 산업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 부문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매출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결코 작지않은 업황 차이는 전체 반도체공급업계의 글로벌 랭킹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메모리업체가 대부분 큰 폭의 매출부진으로 순위가 하락한 반면, 비메모리업체는 매출이 소폭 줄거나 늘어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 삼성 매출 37% 급감...87억불 차이로 인텔에 고배
상위 10대 반도체업체의 지난해 매출 순위를 보면 이같은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비메모리 업체들은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2022년에 비해 순위를 끌어올렸거나 유지했지만 메모리업체들은 순위가 일제히 하락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텔이 2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인텔은 전년보다 16.7% 감소한 487억달러의 399억달러의 매출로 37.5%가 줄어든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인텔도 고전했지만 삼성이 더 부진했던 결과다.
인텔과 삼성은 반도체 최강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해온 숙명의 라이벌이다. 최근엔 인텔이 삼성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분야에 진출, 더욱 치열한 승부가 예고돼있다.
삼성 역시 인텔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부문 세계 1위 목표를 내걸며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자체 스마트폰용에 주로 탑재한 AP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가 부족해 인텔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삼성은 그러나 AI특수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의 비중을 빠르게 넓혀가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범용 메모리의 공급가격상승과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는 삼성이 다시 1위자리를 되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과 삼성의 매출격차는 87억달러에 불고하다.
| ▲자료=가트노제공 |
인텔과 삼성의 뒤는 CDMA 등 무선통신용 칩분야의 절대강자 퀄컴이 290억달러로 3위를 유지했다. 이어 브로드컴(256억달러)이 6위에서 4위로 올라섰고 AI열풍의 최대 수혜자인 엔비디아(240억달러)가 12위에서 5위로 각각 수직상승했다.
엔비디아는 AI용 그래픽칩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면서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업계가 매출 급감에 시달린 것과 달리 엔비디아는 전년대비 매출이 무려 56.4% 껑충뛰었다. 톱10 반도체업체중 작년에 매출이 상승한 것은 브로드컴(7.2%)과 엔비디아뿐이다.
브로드컴과 엔비디아의 약진과 메모리 부문의 부진으로 2022년 글로벌 4위였던 하이닉스는 6위로 주저앉았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하이닉스 역시 매출이 전년대비 32.1% 감소했다.
다만 하이닉스는 HBM3 등 AI용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며 작년 4분기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올해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 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고 고객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반도체 공급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대만 TSMC는 제외했다. 파운드리까지 포함하면 TSMC가 세계 반도체업계중 압도적인 1위다. TSMC가 최근 발표한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약 686억달러로 인텔보다 200억달러 가량 많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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