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보신탕’과 작별을 고하며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0 2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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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문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식용을 위해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다.

제정안의 세부사항에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법률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물론 유예기간도 뒀다. 법안 공표 후 3년간이다.

사실 개고기 식용문제는 꽤 여러 해 전부터 사회적 논쟁거리였다. 몇 해 전부터는 해외언론이 우리의 ‘보신탕’ 문화를 힐난하는 여러 보도를 이어가 한편에선 ‘국격 훼손’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쟁을 부추겼다. 물론 여러 이유로 찬반양론도 거듭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천만 반려인구 시대로 성장한 현재의 대한민국은 더는 ‘보신탕’ 문화를 허용할 수 없었다.

이번 결정은 당연하고 온당하다. 또 환영받을 만하다. 이런 결정엔 사실 가치관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지난해 말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실시한 ‘개식용’ 관련 설문 조사에서 이미 이번 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여러 항목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는 대답이 응답자의 93.4%,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94.5%가 나왔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로 ‘정서적 거부감’이라는 응답도 5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말하자면 국민 대다수가 ‘보신탕’ 문화를 배격하고 퇴출해야 한다고 정의한 셈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개를 식용으로 사육, 도살,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엔 ‘금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82.3%에 달했다.

물론 ‘보신탕’도 엄연한 문화이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여러 이유로 ‘보신탕 식용 문화의 존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이들도 아직 더러 있다. 하지만, 국민의 8할 이상이 “더는 곤란하다”고 거부감을 나타낸 대의는 지켜져야 한다. 함께 사는 사회이니 어렵게 도출된 사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다수의 횡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결정은 우리 가치관의 새 흐름이고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우리 문화사적으로 꽤 유의미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가장 큰 문화 융성기를 맞고 있다. 우리 문화의 일부가 세계의 주류에 편입되거나 리딩하며 세계의 중심에 다가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 문화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조차 논란이 돼 우리 문화를 얕잡아 보게 하거나 오해를 불러오는 ‘보신탕 문화’는 이제 정리해야 했다.

후속 논란이 있을 테지만, 법률안까지 만들어졌으니 깔끔하게 털고 가길 바라는 이유다.

작고한 명창 박동진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이란 말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우리의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무언가’가 위대하고 세계적이란 뜻을 게다. 우리 것이기에 무작정 존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터다.

그런 점에서 ‘보신탕’ 문화는 애초 우리의 경쟁력이나 독특한 것으로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는 결단코 아니었다.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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