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디자인 베끼고도 ‘모르쇠’?

염유창 / 기사승인 : 2013-02-22 14: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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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양말 디자인 표절 의혹 일파만파

▲ 양말 디자인 표절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유니클로. 사진은 명동 중앙점의 모습.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경제 산업 분야에서 제품의 저작권 및 특허, 그리고 표절과 도용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표절 의혹 때문에 회사의 존망이 걸린 소송을 당할 수 있고 패소 시엔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액의 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애플도 아이폰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꼈다며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도 전 세계의 법정에서 애플과 삼성의 표절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제 표절 논란은 문화·IT·전자 뿐만 아니라 의류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같은 거대 공룡끼리의 다툼이 아니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세계적인 SPA 브랜드인 일본의 유니클로가 한국 소규모 업체인 코벨의 양말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니클로는 전 세계 13개국 1000여 개의 매장을 갖춘 글로벌 SPA 브랜드다. 국내에만 9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유니클로는 표절 의혹이 확산되자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양말의 판매를 전면 중지했지만 무성의한 대응방식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 “유니클로, 디자인 무단 사용”
표절 논란은 지난 8일 국내 중소 의류 업체인 코벨이 자사 블로그에 ‘유니클로가 코벨 삭스를 불법 복제하였음을 알립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코벨은 블로그를 통해 “유니클로가 코벨 양말의 패턴을 그대로 무단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벨 양말은 2010년 기획되어 그 해 12월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벨은 블로그에 2012년 12월에 제조된 유니클로 제품의 상표 사진을 올려 자사 제품이 먼저 제작됐음을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디자인은 일명 ‘나바호’ 패턴이라 불리고 있다. 나바호 패턴은 인디언 부족 중 가장 규모가 큰 나바호 부족을 나타내는 문양에서 기원했다.


코벨 측은 “수 많은 패턴을 연구했고 양말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다소 복잡해 보이는 요소들을 삭제하고 다듬어 보다 간결하게 보이도록 자체적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클로와 코벨의 양말 사진을 비교하며 “이렇게 정확하게 같은 위치에 같은 비율로 디자인되어 있는 양말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결코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컬러와 직조만 변경해 코벨 양말의 패턴을 그대로 생산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코벨은 유니클로가 자사의 양말 디자인을 보지 않고도 이렇게 똑같은 양말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 코벨 블로그에 올라온 비교 사진. 왼쪽이 코벨의 양말이고 오른쪽이 유니클로의 제품이다.
◇ 누구를 위한 사과문?
이와 관련해 한국 유니클로는 자사 홈페이지에 ‘양말 디자인 복제 논란에 대하여’란 제목의 사과문을 지난 14일 게시했다.


유니클로는 사과문에서 “양말 디자인 복제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켜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확인 결과 재질, 배색 등에 차이가 있으나 주요 디자인에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 되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바호 패턴’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문양인 만큼 면밀히 유사 상품의 존재 여부를 검증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는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상품 생산 전 유사 상품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디자인 유사성을 인정하고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는 유니클로 측의 사과문이지만 실제로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인 코벨에 대한 언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한 널리 사용 되고 있는 디자인 패턴의 유사 상품 존재를 부주의로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유니클로의 변명은 표절 의혹을 마치 사소한 실수나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 코벨 “반쪽짜리 사과문” 반박
코벨은 자사 트위터를 통해 유니클로의 사과문에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14일 코벨은 “유니클로는 디자인 유사성을 인정하고 해당 양말의 판매를 중지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반쪽짜리 사과문 일뿐” 이라며 “해당 양말은 ‘유사’한 게 아니라 코벨의 패턴을 ‘그대로 무단 사용’ 하여 생산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문에는 ‘코벨 양말’ 조차 언급되지 않았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유니클로에게 올바른 대처와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니클로 마케팅 관계자는 “양말 디자인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코벨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이나 항의를 받은 적은 없었다”며 “우리도 코벨의 블로그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본사에 문의한 결과 코벨 양말과 디자인의 유사성이 판명 되어 판매를 중지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고 전하면서 “제품 디자인 및 생산은 일본 본사에서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유니클로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양말 판매를 전면 중지한 것은 유니클로가 디자인 표절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냐는 본지의 질문에, 유니클로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이 유니클로의 공식적인 입장이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향후 추가 조치에 대해 묻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추가 조치 사항은 없다”고 답하면서 “코벨 측에서 공식적으로 항의가 오면 일본 유니클로 본사에서 직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클로가 사과문을 게시하고 문제가 된 양말의 판매를 중지했다고 하지만 일본 본사는 디자인 표절 의혹에 적극적인 책임 규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유니클로 역시 일본 본사에서 대응할 문제라며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상대 업체인 코벨에 대한 최소한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표절 논란에 대한 납득하기 어려운 유니클로의 대응 방식은 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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