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석유공사, ‘예멘 석유탐사’ 접은 내막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8-26 16: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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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4광구 탐사·개발 사업’ 철수 놓고 비난여론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한국석유공사, ‘900여억원’의 국민 혈세만 낭비?
실제 하루 석유 생산량 102배럴, 예측량의 0.5%
실적 올리기 급급 수익성 확인 안 한 탓 비난도
석유공사 “석유 개발사업 일종의 확률게임” 해명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가 ‘예멘 4광구 탐사·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900여억 원을 투자한 사업이었던 만큼 국민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지적돼 왔던 석유공사의 ‘방만 경영’도 본격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예상보다 생산량이 저조하고 향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철수를 선택했지만 “정부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무심하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원 개발의 특성상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석유공사는 ‘예멘 4광구 탐사 및 개발 사업 철수’ 안건을 이사회를 통해 수정 의결했다. 예멘 4광구를 탐사·개발한 결과,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또 내정·치안이 불안한데다 탐사 유망성이 낮아 수익성 확보도 어렵다고 판단됐다.


◇예멘 4광구 사업성 떨어져 철수
예멘 4광구 탐사·개발 사업은 석유공사가 지난 2007년 7월 현대중공업·한화 등과 함께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906억 원(8150만 달러)을 투자한 사업이다.

석유공사는 예멘 4광구의 석유 매장량을 약 3500만 배럴로, 하루 생산량을 1만 8412배럴로 추정했다. 이런 기대를 안고 지난 2008년 5월부터 광구 운영에 들어가 개발을 시작한 결과, 하루 석유 생산량은 102배럴에 불과했다. 이는 예측량의 0.5%에 해당한다.

거기다 갖은 폭발사고로 사업 수행에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에는 송유관에서 4차례에 달하는 폭발사고가 일어나 원유가 누출됐다. 지난해에도 탐사시추 작업 설비가 폭발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테러의 위험도 상당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최근 예멘 4광구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해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부실 해외자원개발 구조조정’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정부가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에너지공기업들은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은 일부 사업을 매각하려 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진 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원개발 구조조정 대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공기업의 한 관계자도 “산업부가 매각을 거론해 매각협상에 불리한 입장이 됐다”며 “조용하게 처리하지 못 한 산업부의 행정적 실수가 아쉽다”고 말했다.


◇충분히 사업성 검토 안 해 국민 혈세 낭비
이렇게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해외 개발 사업을 철수하려하자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개발에 뛰어들어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개발 사업은 자원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투자하는 것이라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다”며 “일부 공기업은 이명박 정부의 해외 개발사업 독려에 따라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수익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유공사가 900여억 원을 투자 했다 실패한 것과 관련,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력당국의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자원개발에 많은 체력을 낭비했다”며 “일부 기업은 부채비율이 높고 재무상태가 취약하니 정부 차원에서 사업 우선순위와 수익성을 재검토하는 등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에 신경 쓰는 동안 지난 2008년 5조5000억 원이었던 부채는 2012년 17조9800억 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000억 원 흑자에서 9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으며 지난해 공공기관평가에서는 꼴찌인 E등급을 받았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 관계자는 “예멘 철수에 따른 구체적인 투자 손실은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가 안 됐다”며 “현재 사업철수 전담팀이 구성됐지만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자원개발은 장기적으로 봐야 해
관련업계에서는 “현재의 경제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으로 인해 전체 자원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성상 국내 소비 에너지원의 96%가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탐사와 개발을 거쳐 생산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최소 10여년이 필요하다. 석유공사가 생산 중인 베트남 흑사자유전 15-1광구의 경우만 봐도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정부와 협의를 시작했으며 상업생산까지는 10여년이 걸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미야가스전도 지난 2000년 탐사권을 획득한 뒤 탐사·개발 과정을 거쳐 총 2조원 가량을 투입했다. 그로부터 13년 만인 지난달, 가스를 생산하게 됐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는 “자원개발은 성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가 지원하고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전 정부의 사업방향을 조정하는 것이다”며 “단기적 성과보다 국가적인 장기 목표 아래 자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정보제공이 중요하다”며 “수익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과정과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든 후 재정적자를 보전해주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는 “석유 개발 사업은 일종의 확률 게임이라고 불린다. 막상 개발에 들어가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사업성 검토 문제와 관련, 상당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자원외교’라는 정치적인 부분이 고려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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