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20%삭감, 직원 20% 해고中 선택해라’ 서베이 논란
[토요경제=황혜연 기자] 최근 실적 악화로 사장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주)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익이 급감하고 적자까지 나면서 구조 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직원들에게 스스로 살생부를 만들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 와중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난을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직원, 고객돈 2억5천만원 횡령
최근 증권사들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직원이 회사 몰래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하다가 사고가 나자 잠적했는가 하면 이번에는 한화투자증권에서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A지점 직원이 올해 3월부터 수개월간 고객 돈 2억5천만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직원은 고객이 맡긴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고서 돈을 인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피해가 확인된 고객은 1명이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추가 피해 계좌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횡령액은 피해 고객에게 전액 보전된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측은 “이 직원이 문제가 된 고객 외에 다른 고객의 계좌에도 손을 댔는지 조사 중이며, 조사가 끝나면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보통 금융회사에서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해직 수준의 징계가 내려진다.
이번 횡령 건은 증권사에서 고객에게 통보되는 잔액통보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자 고객들이 회사에 항의했고 이후 자체 감사를 벌여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 사실을 통보했고 금감원은 증권사에 감사 결과와 내부통제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 결과를 통보하도록 주문했다.
금감원은 또 전체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자체 지점들을 대상으로 점검을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서 증권카드나 비밀번호, 인감 등을 받아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예방 차원에서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으로 증권사 실적이 좋지 않고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 과정에서 불법·편법을 동원한 사건·사고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다 보면 탈법, 편법 등의 무리수를 동원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불경기 때는 금융업 종사자에게 유혹의 손길이 뻗치기 쉬우므로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금융당국이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개인의 책임과 도덕성 결여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근본적인 시스템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 방안 설문조사 일파만파
이와 함께 한화증권은 비용절감 방안을 찾기 위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급여 삭감과 인력 해고 중 선택하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은 23일 팀장급 이상 간부 180여명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방안을 묻는 구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회의 안건으로 회사의 만성적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절감 방안이 올라가 있는데, 사측은 일선 영업점 팀장들에게 회의에 앞서 미리 직원 반응을 떠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설문조사 항목은 ▲전직원 임금의 20% 삭감 ▲전직원 중 20% 해고 ▲임금 10% 삭감과 10% 해고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에 직원들은 임원들이 받는 고액 연봉은 삭감하지 않고 직원들의 고혈만 쥐어짠다며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경영의 실패로 영업손실이 난 것을 회사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려 한다”며 “계속되는 급여삭감 압박 속에서 일할 의욕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급여 삭감 수준이나 인력 축소 규모에 대해선 함구하지만,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대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이 구조조정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실적악화가 있다.
한화증권은 2013 회계연도 1분기(4~6월)에만 120억 7300만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말에도 135억원 적자를 봤고 9월말 20억원 적자, 12월말 515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려오면서 26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연이은 실적악화에 따라 ‘구조조정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주진형 내정자가 선임됐다. 주진형 신임 사장은 과거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인수합병 후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월에도 임원 8명을 해임하는 등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측은 복수매체를 통해 경영전략회의 안건에 비용절감 방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 또 지난해처럼 희망퇴직을 받을지, 직원 급여를 삭감할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만약 급여를 삭감하게 된다면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들의 급여도 삭감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의 제 살 깎기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임시 처방이 아니라 주식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단순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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