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외주제작사 할 것 없이 TV드라마 시장이 불황이다. 드라마 시장 위기는 드라마 편성권을 쥔 각 방송사의 11월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KBS 2TV는 일일 드라마, MBC TV는 주말특별기획드라마, SBS TV는 프리미엄드라마를 폐지했다. 고비용 저효율 프로그램을 정리한다는 차원이다.
한류 붐, 외주제작사 출현 등으로 드라마 주연들은 물론 조연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배용준은 MBC TV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회당 2억5000만원, MBC TV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은 회당 7000만원, SBS TV ‘못된 사랑’의 권상우·SBS TV ‘바람의 화원’ 박신양·MBC TV ‘에어시티’의 이정재는 회당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 상승은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방송사들은 드라마 제작을 기업 협찬이 가능한 외주 제작사에 맡긴다. 드라마 다양성을 위해 외주제작을 40% 이상으로 한다는 방송 규정은 무의미해졌다. 2008년 현재 KBS와 MBC는 이미 드라마의 70% 이상을 외주 제작사를 통해 만들고 있다. SBS 드라마는 100% 외주 제작이다.
외주제작사의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류 붐이 주춤하면서 투자유치도 줄었다. 간접광고(PPL)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고 등을 이유로 자제하는 추세다. 2005년 이후 드라마 84편이 제작됐지만 흑자를 낸 것은 20여편에 불과하다. 투자비조차 메우지 못하는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TV 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 세미나에서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김진웅 교수는 “외주 드라마의 70~80%를 제작하고 있는 김종학프로덕션, 올리브나인, 초록뱀미디어, 팬엔터테인먼트, JS픽쳐스 등 5대 드라마 제작사를 포함해 10대 외주제작사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적자였다”고 밝혔다.
드라마 ‘로비스트’ 등을 제작한 예당은 2006년 324억원 적자, 2007년 220억원 적자, 2008년 209억원 적자를 냈다. ‘이산’, ‘하얀거탑’, ‘풀하우스’ 등을 만든 김종학프로덕션은 2007년 381억원 적자, 2008년 7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주몽’, ‘올인’ 등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는 2006년 86억원 적자, 2007년 186억원 적자, 그리고 2008년에는 9억원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제작비 상승, 적자에는 연기자들의 출연료 상승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책임연구원은 “방송사가 자체제작에서 기업의 제작비 협찬이 가능한 외주제작으로 옮겨가면서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대폭 올랐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90년대 후반 방송국의 전속제가 폐지되고 방송사와 배우들의 계약 체결과 관리를 담당하는 연예기획사가 출현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전속금을 지불하면서 스타 연기자를 자사에 전속시켰고, 연기자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높은 출연료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외주제작사의 드라마가 방송되려면 스타들을 캐스팅해야 한다. 경쟁적으로 높은 출연료를 지불하면서 비용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하 연구원은 “연예기획사가 외주제작사를 겸업하면서 자사가 만드는 드라마에 전속 연예인을 높은 출연료를 받고 출연시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재의 외주제작 드라마는 이윤 추구적 제작시스템 때문에 시청률을 의식한 획일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성 드라마는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고 시청률 드라마는 외주제작이 맡는 이원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과도한 출연료가 조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연기자들의 무형적 가치를 돈으로 매겨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드라마 발전과 이로 인한 공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합리적 출연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 연구원은 “현재 총 출연료가 제작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면서 “제작비 대비, 방송사 수상경력, 인기도, 경력 등을 고려해 탤런트의 적정 출연료 비율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한국TV드라마PD협회 이은규 회장은 “빈사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드라마를 살려내기 위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실직상태에 있는 등급연기자들의 출연 기회 늘리고 현 드라마 제작 상황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모든 드라마 종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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