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잔치?’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허탈’

조영곤 / 기사승인 : 2013-06-24 13: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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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 이석준 기획재정부 차관이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원 경영평가단장 등 평가총괄 간사들과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토요경제= 조영곤 기자] ‘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각종 비리와 방만경영으로 얼룩진 주요 공공기관 수장(기관장)들의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해 공공기관 ‘잔혹사’의 본격 서막을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1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기관 평가 최고등급은 S등급은 단 한곳도 없었다. 반면 꼴찌를 의미하는 E등급(매우 미흡)은 2011년 1곳에서 지난해 7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최하위는 면했지만 꼴찌나 다름없는 D등급(미흡) 역시 납품비리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해 9곳이나 돼 공공기관 경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해졌다.

공공기관장의 대폭 물갈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경영평가를 통해 각종 비리와 역량 부족으로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장이 96개 기관 중 18명(D·E등급/18.75%)으로 대폭 늘어났다. D(16명/16.6%)와 E등급(2명/2.1%)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경고 및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아울러 ‘리더십·책임경영·주요사업·계량·노사관계’ 등 5개 부문 중 어느 한 부문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받는 C등급 기관장도 30명에 달해 물갈이 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원 경영평가단장은 이번 경영평가와 관련, “공기업의 방만경영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평가를 내리려고 했다”며 “특히 경영공시 점검을 강화해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윤리 경영 노력 성과를 중점으로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경영평가는 111개 공공기관, 96명의 기관장, 58명의 상임 감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평가에서 대한석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우편사업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이 기관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는 한국석탄공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E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자원·에너지관련 공기업 줄줄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자원·에너지개발의 전면에 섰던 관련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B등급을 받았으나 이번 평가에서 세 계단이나 추락하며 최하위 E등급의 수모를 겪었다. D등급을 받았던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 역시 한 단계씩 추락하며 E등급을 받았다.

최악의 납품비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E등급을 면했지만 꼴찌나 다름없는 D등급을 받았다. 이밖에도 4대강과 아라뱃길 사업 등 대규모 사업을 시행했던 한국수자원공사는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A등급(우수)을 받았으나 이번 평가에서는 B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가스공사도 B에서 C등급으로 낮아졌다.

E등급 평가를 받은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최하위 등급은 예상하지 못했다.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E등급을 받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호주 등지에서 광물 탐사 등에 수십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주요 사업이 좌초됐다. 대한석탄공사는 지난해말 기준 자산잠식 규모가 7천930억원에 이르지만 최근 6년 간 정부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초과해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도덕적해이가 심각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유전개발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칼자루 쥔 박 대통령 선택은?


공공기관 및 기관장 경영평가 발표이후 대대적인 기관장 물갈이가 예고된 가운데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기관장들이 잇따라 특정 부처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이른바 ‘관치(官治)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정치인들의 ‘공공기관장 내정설’이 제기돼 공공기관장 인선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공운위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E등급 해당자는 한국석탄공사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다. 경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D등급은 역시 16개 기관장에 달한다. 만약 공공기관 쇄신 차원에서 C등급으로 확대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기관장만 30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거나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경우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기관장이 대상이 돼 물갈이 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가 ‘평판 검증’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는 최근까지 60여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관치 논란’과 공공기관장 ‘낙하산’ 시비에 휘말릴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영평가는 인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경영평가는 여러 참고 요인 중에 하나다. D등급까지 교체 대상에 포함할 지 여부는 아직 모르는 입장”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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