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익 3044억으로 3배 이상 증가…주식 비중 6.7%
글로벌 재보험 가격 하락 전환…원종규 수익성 중심 인수전략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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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리의 상반기 합산비율 지표 [기사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 |
코리안리(대표 원종규)가 올해 상반기 합산비율 87.9%, 지급여력비율(K-ICS) 210.7%를 기록했다. 대형사고가 적었던 데다 해외수재 확대와 투자이익 증가가 겹치면서 보험 본업과 자본여력을 동시에 지켰다. 글로벌 재보험 요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외형보다 수익성 높은 위험을 골라 인수하는 능력이 다음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30일 토요경제 재무분석실이 코리안리의 상반기 실적과 경영자료를 분석한 결과,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34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659억원으로 83.9%, 매출은 3조6521억원으로 4.2% 늘었다.
재보험사는 일반 보험사와 실적을 보는 기준이 다르다. 원수보험사가 보유하기 어려운 대형사고와 자연재해 위험 등을 넘겨받는 만큼 보험료 외형보다 인수한 위험에서 실제 얼마의 마진을 남겼는지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지표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이다.
코리안리의 상반기 전체 합산비율은 87.9%로 전년 동기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국내 일반손해보험(P&C)은 78.2%, 해외 P&C는 85.5%였다. 국내 P&C는 전년 동기보다 16.9%포인트, 해외는 4.0%포인트 낮아졌다. 100%를 밑도는 합산비율은 보험금과 사업비 부담을 반영한 뒤에도 언더라이팅 마진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상반기 수익성에는 대형사고가 적었던 효과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LA 산불 515억원, 미얀마 지진 370억원, 영남 산불 330억원 등 모두 1215억원 규모의 대손해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에 견줄 대형 손실이 없었다. 해외 P&C에서는 2분기 소액사고 증가와 북미·유럽 계약의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추가 적립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순이익 증가율 77.6%를 보험 본업 성장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상반기 보험손익은 1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1597억원보다 1.1% 증가했다. 보험수익 역시 2조3880억원으로 0.2% 늘었다. 보험 부문은 큰 폭의 외형 성장보다는 손해 관리와 수익성 유지에 가까웠다.
이익 증가폭을 키운 것은 투자부문이다. 상반기 투자손익은 30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4.9% 증가했다. 주식 관련 이익 증가액만 2056억원이다. 코스피 상승과 주식 비중 확대에 따른 평가·매매이익과 배당수익이 반영됐다. 투자손익 증가액이 약 2107억원으로 영업이익 증가액과 비슷한 규모다.
주식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7%에서 올해 6.7%로 높아졌다. 반면 채권에서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조정을 위한 교체매매로 153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대신 보유채권 이원은 지난해 말 4.00%에서 상반기 4.25%로 높아졌다. 단기 매매손실을 감수하면서 향후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이자수익률을 높인 셈이다.
재보험사에서는 자본여력도 영업경쟁력과 연결된다. 코리안리의 6월 말 K-ICS 비율은 210.71%로 200%를 웃돌았다. 대규모 위험을 인수하는 재보험사는 사고 발생 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신뢰가 계약 수재의 전제라는 점에서 자본비율의 의미가 일반 제조기업보다 크다.
신용등급도 같은 맥락이다. 코리안리는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A+(Stable), 무디스(Moody's) A1(Stable), 에이엠베스트(A.M.Best) A(Stable)를 유지하고 있다. S&P는 지난해 7월 코리안리의 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높였다. 회사는 자본력 강화와 해외수재 확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등급 상향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업 확대에도 신용등급의 중요성이 커졌다. 코리안리의 해외 보험수익 비중은 2022년 35.0%에서 2024년 41.4%로 높아졌다. 지역별 해외 포트폴리오도 아시아 41.2%, 미주 29.0%, 유럽 26.1% 등으로 분산돼 있다.
CSM은 다른 보험사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상반기 CSM은 9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4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3억원 증가했다. 신계약 CSM은 591억원으로 82억원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584억원의 조정도 있었다.
생명보험이나 장기보험 중심 보험사에서는 CSM이 미래이익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지만 일반 P&C 재보험 비중이 높은 코리안리는 합산비율과 대손해 관리, 준비금 적립, 자본여력을 함께 보는 편이 적절하다. 재보험 계약은 대형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손익 변동폭도 크기 때문이다.
업황은 지난해보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들의 올해 중간 갱신에서 가격 하락이 확인됐다. 뮌헨리(Munich Re)는 7월 갱신에서 위험조정 가격이 5.5% 하락했다고 밝혔고, 하노버리(Hannover Re)는 6~7월 갱신 가격이 위험·물가 조정 기준 4.5% 내려갔다. 스위스리(Swiss Re)도 손실 가정 변화를 반영한 가격이 5.3%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주요 회사들은 계약 조건 자체는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보험 가격이 내려가면 외형 경쟁의 위험도 커진다. 낮은 가격에 위험을 많이 인수하면 단기 보험수익은 늘지만 이후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합산비율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뮌헨리도 7월 갱신에서 가격이나 조건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계약을 줄이면서 갱신 물량을 9.1% 축소했다.
코리안리가 국내 재물·상해·가축보험 등 수익성이 낮아진 일부 계약의 수재 규모를 조절하면서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종규 대표는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1986년 코리안리에 입사해 뉴욕사무소장과 기획관리, 경리부문 등을 거쳐 대표에 올랐다.
상반기 숫자만 보면 보험 본업의 방어력은 유지됐다. 합산비율은 90% 아래에 머물렀고 K-ICS는 200%를 웃돌았다. 여기에 투자손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익 규모가 확대됐다.
하반기부터 더 중요해질 숫자는 순이익보다 합산비율이다.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투자이익은 반복성이 제한될 수 있지만 재보험 요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90% 안팎의 합산비율과 200% 이상의 자본여력을 유지한다면 코리안리가 외형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언더라이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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