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서울 토박이가 말하는 진짜 '서울 이야기'(6)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1 17: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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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기는 ‘설렁탕’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서울의 음식이 곧 한국의 음식이다. 서울 음식은 정갈하다. 궁중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반집 음식이 남아있다.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맵지 않고 짜지 않다. 싱겁지도 않다. 고유의 식단을 갖고 있다. 국 문화도 발달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다양하다. 각 지방의 맛이 혼재한다. 전국의 음식이 모여든다. 음식백화점 같다. 서울은 음식의 중심지이다. 다양함 속에 고유함이 있다. 이런 특이함이 서울의 음식이다.

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기는 ‘설렁탕’ 

▲설렁탕 사진 : 김병윤 대기자
설렁탕은 서울의 대표음식이다. 명칭에 논란이 따른다. 설농탕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정답은 설렁탕이다. 명칭에 뜻이 있다. 설렁설렁 끓여서 설렁탕이다.

서민의 음식이다. 임금도 먹었다. 조선은 농경사회였다. 농경사회의 중심은 쌀이다. 임금도 쌀농사를 신경썼다.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냈다. 선농단은 제기동과 성북동에 남아있다. 임금이 농사를 독려하기 위해 경작지도 방문했다. 현장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농민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 설렁탕이었다. 설렁탕은 임금과 백성의 벽을 허물어 줬다. 임금이 먹으니 양반도 먹었다. 국민음식이 됐다.

설렁탕은 소의 중요부위를 모두 넣어 끓인다. 소머리 사골 도가니 사태 양지 내장 등 여러 부위가 들어간다. 오래 끓이면 우유색깔이 난다. 설렁탕은 오래 끓여야 한다. 가마솥에 끓여야 제 맛이 난다. 가마솥의 불이 꺼지면 안 된다.

특이한 조리법도 있다. 쇠를 뜨겁게 달궈 국물에 잠깐 넣기도 했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향료가 없던 시절 얘기다. 요즘은 후추 등을 사용한다. 설렁탕에는 양념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봤다. 파가 제일 어울렸다. 지금도 설렁탕에는 파를 넣는 이유다. 설렁탕에 중요한 것은 깍두기와 김치다. 특히 서울깍두기와 먹어야 일미다. 김치와 곁들여도 제 맛이다.

요즘 설렁탕은 맛이 변했다. 예전에는 재료가 부족했다. 지금은 재료가 풍부하다. 끓이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구수한 맛은 예전이 좋은 것 같다. 정성 때문일까.

설렁탕은 뚝배기에 넣어야 맛이 난다. 평민은 값싼 뚝배기에 설렁탕을 먹었다. 주막에서도 뚝배기에 담아 내놨다. 뚝배기가 설렁탕의 뜨거움을 지켜줬다. 사기그릇이나 놋그릇에 넣으면 맛이 없다. 음식과 그릇의 궁합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뚝배기가 몇 개씩은 있었다. 설렁탕이 대중음식인 것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설렁탕과 밥을 따로 먹었다. 따로국밥이었다. 전쟁 등을 겪으며 생활상이 변했다. 바쁜 생활에 맞춰 말아먹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유명한 설렁탕 식당이 있다. 이문(里門)설렁탕이다. 사람들이 착각을 한다. 이문동에 있는 식당이라고. 그럴 만하다. 이문동의 한자와 똑같다. 내용은 완전 다르다. 이문의 뜻은 이렇다. 서울 중요지역에는 망루가 있었다. 이 망루를 이문이라 불렀다. 이문이 있던 장소에 문을 열었다. 이문설렁탕이 된 것이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갖고 있다.

재만네집이라고 있었다. 지금은 없다. 마장동 근처에 문을 열었다. 도축장에서 싼 값에 고기를 구했다. 내용물이 풍부했다. 고기를 많이 넣어 줬다. 값도 저렴했다. 서민의 친구였다. 배고픔을 덜어줬다.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덜었다. 설렁탕에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소주는 안 어울린다. 음식 궁합이 그렇다는 얘기다.

마포 부근에 설렁탕을 파는 식당이 많았다. 마포의 식당들은 2종류 김치를 내놨다. 묵은 김치와 설익은 김치를 제공했다. 설렁탕과 김치의 궁합을 제대로 이용했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마케팅 능력이 뛰어났나보다. 이밖에도 명동의 미성옥 등이 사랑을 받았다. 설렁탕에는 3가지 반찬이 있어야 된다. 깍두기, 익은 김치, 겉절이다. 익은 김치를 묵은지라 하고 있다. 서울에는 없던 단어다. 겉절이는 익기 전에 먹는다.

설렁탕과 곰탕을 혼동하지 마라. 서울에는 곰탕이 없다. 곰국이라 부른다. 설렁탕과 곰국도 다르다. 곰국은 고기만 넣고 끓인다. 뼈 종류를 안 넣는다. 일단 고기를 삶아 낸다. 그 국물에 다른 고기를 넣어 재탕한다. 국물이 졸아들게 된다. 곰국과 설렁탕은 국물이 다르다. 곰국은 국물이 끈적끈적하다. 삶은 고기는 수육으로 먹는다. 잘못 끓이면 냄새가 난다. 깍두기국물 마늘, 파를 넣어 먹었다. 삶는 방법도 차이가 난다. 설렁탕은 오래 끓인다. 곰국은 2시간 정도만 끓여도 된다. 양반집에서는 곰국을 주로 먹었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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