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자산’ 거래에 보안 사고까지… 중앙화 거래소 내부통제 한계 드러나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빗썸의 대규모 가상자산 오입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잇단 전산·보안 사고가 이어지며 중앙화 거래소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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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썸CI/사진=빗썸 |
9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과정에서 실제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 62만개를 고객 계좌에 잘못 반영했다. 이는 빗썸이 지난해 금융당국에 공시한 보유량 4만2000개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단일 담당자의 입력 오류로 대규모 자산 지급이 가능했고, 사전 검증·다중 승인·사후 모니터링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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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썸라운지 강남점/사진=연합뉴스 |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 거래소 내부 전산 장부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물량은 실제 매매돼 약 18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고, 사고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 2000만원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래 중단과 이상 거래 대응이 지연됐다는 비판과 함께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빗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업비트에서도 솔라나 계열 일부 자산과 관련해 해킹 피해가 발생하며 고객 자산 보호와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업비트는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지만,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도 보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의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잇단 사고를 계기로 중앙화 거래소의 ‘내부 장부 기반 거래’ 구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거래소 내부에서 생성·수정된 자산 기록이 재고자산과 유동성, 나아가 시장 가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정책적 파장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논의 중인 정치권에서는 그간 혁신성에 무게를 뒀던 기류가 관리·감독 강화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거래소 시스템의 관리 부실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며 “금융당국이 주장해 온 규제 강화 논리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 사태와 관련해 “비트코인이 실제로 복제되거나 외부로 잘못 지급된 것은 아니고, 거래소 내부 잔고가 담당자 실수로 수정된 사안”이라며 “다만 담당자의 단순 실수가 실제 고객 잔고에 반영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명백한 허점이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다른 거래소들의 경우 빗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촘촘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빗썸 내부에서 거래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관계자의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실수가 실제 고객 잔고에 반영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기록되거나 잔고가 수정될 때 최소 두 번, 세 번의 검증 절차가 작동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보안 인식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자기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의 시스템이나 위험 관리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거래소를 쉽게 신뢰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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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사진=연합뉴스 |
업계에서는 제도화와 규제 강화 없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한국거래소에 준하는 기본적인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며 “잘못이 발생했을 때는 명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정보분석원(KoFIU)이 인가를 내준 만큼, 중대한 사고가 반복될 경우 인가를 취소하는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거래소들이 내부통제와 보안에 실질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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