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선 ‘증거인멸’ 국내선 ‘리콜 재판 재개’…정의선 ‘신뢰 경영’ 치명타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7 08: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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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세타2 소송 핵심 증거 차량 ‘폐차’…‘증거 인멸’인정, 980만 달러 부과
국내, 2021년 중단된 세타2 엔진 결함 리콜 고의 지연 의혹 소송 5년 만에 재개
정의선 회장 글로벌 확장 전략에 영향…품질 논란·브랜드 신뢰도·책임경영 부담

현대자동차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세타2(Theta II) 엔진’ 결함 소송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재점화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공들여 쌓아온 ‘품질 ·신뢰 경영’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기아 인도공장 점검/사진=현대자동차그룹

 

국내에서는 ‘리콜 고의 지연’ 의혹 관련 형사 재판이 재개를 앞두고 있으며, 미국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인정해 현대차에 거액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세타2 엔진의 고질적인 품질 논란이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인 만큼 현대차가 추진 중인 글로벌 확장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연방법원은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 (Hyundai Motor America)이 일부 딜러들을 상대로 제기한 세타2 엔진 관련 사기 의혹 소송에서 현대차가 소송의 핵심 증거 차량을 폐차한 행위는 ‘증거 인멸(spoliation)’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현대차가 소송과 직접 관련된 차량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압축 파쇄’ 방식으로 폐차하는 것을 방치해 딜러 측 전문가들이 차량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게 했다며 약 980만 달러(약 13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딜러들의 환매 프로그램 악용 여부를 판단하는 본안 판결이 아니라 증거 보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로 인해 2015년 미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세타2 엔진 결함 논란이 다시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현대차는 일부 딜러들이 환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리콜(세타2 엔진 탑재) 대상 차량을 고의로 훼손한 뒤 제조사로부터 보상 받으려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딜러 측은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증거 차량을 확인할 기회를 달라’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국내에서도 ‘세타2’ 엔진 관련 재판이 약 5년 만에 다시 시작된다.

자동차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해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차·기아 법인과 신종운 전 품질총괄 부회장, 방창섭 전 품질본부장, 이승원 전 품질전략실장 등에 대한 공판이 오는 25일 재개된다.


◆ 전략 엔진 ‘세타2’ 결함 리스크 재점화정의선 ‘경영 전략’ 치명타


세타2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핵심 전략 엔진이다. 현대차의 쏘나타·싼타페·투싼과 기아차의 K5·스포티지 등 중형급 주요 모델에 탑재됐다.

하지만 현대차 품질 관련 직원이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리콜이 필요하다”라며 공익 제보를 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가 이어지며 2015~2017년 사이에 약 170만대가 리콜됐고 집단 소송도 잇따랐다. 현대차가 미국 진출 이후 최대 품질 논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조사 후 약 17만대의 차량이 강제 리콜 됐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제조사가 결함을 인지한 시점과 리콜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리콜 지연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2019년 현대차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자료 공개와 시정 조치를 지연했다고 판단해 임원들을 기소했다. 현대차·기아 측은 2021년 3월 자동차관리법 처벌 조항이 불명확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면서 1심 재판은 지금까지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약 10여 년 전 발생한 ‘세타2 엔진’ 결함 사태가 최근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현대차의 품질 관리 능력과 브랜드 신뢰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리콜 지연 의혹과 함께 미국내 증거 인멸 제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정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 혁신’과 ‘신뢰 경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 회장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과거 ‘품질 리스크’가 재부각되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소송은 현재 항소가 진행돼 제재금 지급이 정지된 상태”라며 “국내와 미국 모두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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