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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컴 시작화면 <자료=인게임 캡쳐> |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크래프톤이 주무기인 총을 내려놓고 삽을 내놨다. 이번 신작인 ‘딩컴’은 빠르게 치고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틀로얄 장르를 뒤로 하고, 호주 아웃백 한복판에서 농사를 짓고 낚시를 하며 살아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존 게임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텐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전부 플레이어의 몫이다. 강요하는 퀘스트도, 급박한 이벤트도 없다. 이 느긋한 분위기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루하루를 채우게 만든다.
빠른 소비를 강요하는 현대 게임들과 달리 딩컴은 천천히,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게임을 지향한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인조이에 이은 과감한 도전이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다.
생존 시뮬레이션이라는 생소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경쟁과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 게임이 필요한 시대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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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레 힐링게임들이 그렇듯 딩컴도 느긋하게 채광하고 벌목하고 생활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으는 것이 주된 할 일이다 <자료=인게임 캡쳐> |
◆ 딩컴의 가장 큰 매력 ‘자유로움’
플레이어는 오늘 하루를 농사로 채우든, 광산을 파든, 강가에 앉아 낚시만 하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정해진 목표가 없기 때문에 조급함도 없다.
오히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 여유가 플레이어를 오랫동안 게임 안에 머물게 만든다.
호주 아웃백 특유의 분위기도 훌륭하게 구현됐다.
붉은 대지 위를 캥거루가 뛰어다니고, 하늘에는 독수리가 날아다니며, 이따금 들판을 헤집는 악어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현실적인 디테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이국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한 연출이 게임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멀티플레이 지원도 인상적이다.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어 농사를 짓고, 광산을 파고, 마을을 키워가는 과정은 협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오랜시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듀밸리’처럼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가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가 주는 매력이 큰 게임이지만 또 그것을 강제하지는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혼자 천천히 섬을 가꾸든, 여럿이 함께 거대한 프로젝트를 벌이든, 이 게임은 각자의 속도를 존중한다.
조작법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공식 한글화까지 완료돼 있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유저들도 큰 어려움 없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느긋한 게임’을 찾는 라이트 유저들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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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광, 벌목 등 콘텐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구해야 한다. <자료=인게임 캡쳐> |
◆ 평온함 속 감춰진 반복 노동의 지루함
딩컴이 가진 여유로움이 항상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초반부터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간단한 설명 몇 줄을 제외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 기본적인 진행 방향조차 직접 찾아야 한다. 자유로움과 방임 사이의 경계가 다소 흐릿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막막함을 느끼기 쉽다.
또 초반에는 나무를 베고, 돌을 깨고, 물고기를 낚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패턴이 반복되면서 지루함이 쌓인다.
특히 대규모 건축이나 고급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량이 상당해, 꾸준히 몰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픽과 최적화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노렸지만, 세부 디테일이 부족하고 조명 처리나 텍스처 품질도 평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프레임 드랍이나 오브젝트 충돌 오류 등이 발생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만큼, 원주민 문화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탐험 도중 폐허나 유적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배경 설명이나 맥락이 제공되지 않아, 세계관의 깊이가 얕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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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끼를 들고 캐릭터를 쳐다보는 NPC가 가끔 무섭게 느껴진다 <자료=인게임 캡쳐> |
결과적으로 딩컴은 빠르게 성장하고, 경쟁하고, 승리하는 게임에 지친 게이머들을 위한 작은 쉼터 같은 게임이다.
빨리 달려야 하는 세상에서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이 세계는, 한 걸음 물러나 쉬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
크래프톤의 입장에서도 이번 시도는 의미가 깊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IP라는 리스크에서 벗어나기위해 생존 시뮬레이션이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했고, 그 결과 예상 이상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완성도 면에서는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가능성과 시장 확장성은 분명히 확인했다. 단숨에 주목을 받는 대작은 아니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팬층을 만들어갈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오늘 하루, 경쟁도 승부도 없는 섬 한구석에 텐트를 치고,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살아보자.
그게 전부지만, 때로는 그게 가장 좋은 하루일지도 모른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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