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무너지면 노동도 없다”…삼성 반도체 파업이 놓친 현실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8 08: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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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수십 년이 걸리고 공장은 하루 만에 멈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 몫’이 아닌 산업 생존의 시선이다

 

▲이덕형 편집국장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노사 갈등이 결국 총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성과급과 임금 체계를 둘러싼 충돌은 단순한 노사 협상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문제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회사가 흔들리는데 과연 노동만 안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수십조 원의 투자와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의 연구개발이 축적돼야 비로소 하나의 제품과 공정이 완성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역시 단순 생산공장이 아니다. 세계 기술 패권 경쟁 한복판에서 움직이는 국가 전략 산업이다.

반도체 조직은 크게 두 축으로 움직인다. 차세대 메모리와 공정, 설계를 개발하는 연구·기술 인력과 생산현장에서 실제 제품을 제조하는 생산 기능직이다. 물론 둘 다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 구조상 희소성과 대체 가능성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핵심 연구 인력과 설계 인력은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첨단 공정과 반도체 설계는 오랜 경험과 실패, 축적된 데이터가 필요한 분야다. 반면 생산 기능직은 표준화와 자동화, 교육 체계를 통해 일정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자동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서는 생산 기능직 중심의 강경한 목소리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 차질 자체가 회사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 대만 기업들이 국가 단위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생산공정이 흔들린다면 결국 피해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로 번질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일부 강경 주장 속에 드러나는 분위기다.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생존보다 “지금 내가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가”에 지나치게 몰입된 모습이다. 성과급 확대는 요구하면서도 기업이 감당해야 할 투자 부담과 세계 시장 경쟁의 현실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한다. 회사가 존재해야 임금도 있고 성과급도 있다. 기업 경쟁력이 무너지면 노동 역시 안전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술과 속도, 투자와 생산 안정성이 곧 생존으로 이어지는 산업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단순한 성과급 숫자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쪽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연구자가 기술을 만들고 생산현장이 제품을 완성하며 회사는 그 기반 위에서 투자와 생존을 이어간다.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노동의 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권리에는 책임도 따른다. 특히 국가 핵심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 몫”만 앞세우는 대립이 아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장 근본적인 현실을 함께 직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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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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