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환율·유가 격랑, 항공사들은 어떻게 버텼나

이강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7 08: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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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 유류할증료·파생상품으로 비용 흡수
저비용항공사, 빠른 운임 반영과 효율적 운항 관리
▲ 2025년 3~8월 원/달러 환율 및 국제유가(Brent) 월평균 추이 <자료: 한국은행, IEA·OPEC>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국내항공사들이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정치 혼돈으로 원 달러 한율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이자율스왑, 운임조정 등의 생존 전략을 펴면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후반에서 70달러 중반을 넘나들었다. 이 격랑 속에서 대형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와 파생상품으로 완충 장치를 마련했고, 저비용항공사들은 운임 조정과 효율적 운항으로 기민하게 대응했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항공사들이 어떤 생존 전략을 펼쳤는지 짚어봤다.

 

◆ 오르락내리락한 원·달러 환율, 하락과 반등을 반복한 국제유가

 

지난 6개월간 원·달러 환율은 변동의 연속이었다. 3월 평균 1457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4월 초에는 장중 1484원까지 치솟으며 16년 만의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사이 109원이 급락해 5월 평균은 1391원, 6월 말에는 1350.18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후 7월부터 반등해 8월 평균 1389원으로 다시 1400원대를 위협했다.

이런 급등락 뒤에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 경제 호조세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4월 초 미국이 대중 고율 관세를 발표하자 외국인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며 환율이 치솟았다.

이어 5월 이후 미·중 협상 재개 기대와 위험 선호 회복은 환율을 단숨에 끌어내렸다. 7월 이후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지연과 금리 인하 전망 후퇴가 다시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화를 압박했다.

이 같은 변동성은 항공사 비용 구조에 직접 타격을 줬다. 항공유, 리스료, 정비 부품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기에 환율이 오르면 곧바로 비용이 증가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급유 단가가 갤런당 214 센트에서 215 센트, 해외 급유 단가가 238 센트 수준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는 환율과 유가가 겹쳐 움직일 때 단가가 얼마나 민감하게 요동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제유가 역시 항공사들을 시험대에 올렸다. 3월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70.9 달러였으나 4월에는 66.7 달러로 추가 하락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지정학적 충격과 ‘OPEC+’ 산유국 감산 축소가 겹치면서 74.5 달러까지 치솟았고, 7~8월에는 68 달러에서 69 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 유가 대응…대형항공사 파생상품과 금융 헤지, 저비용항공사 점유율 확대

대한항공은 상반기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상승이 이를 상쇄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유가 하락이 긍정적이었지만, 고정비 구조가 탄탄히 버티지 못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국제여객 수요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익은 전년 대비 4% 늘어나 2조1852억원을 기록했지만, 화물 수익은 글로벌 무역 긴장 여파로 7421억원에 그치며 5% 줄었다. 여객 부문에서는 저유가 효과와 수요 회복이 맞물려 성장을 이끌었으나, 전체 영업수익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유가 하락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크게 누렸다. 제주항공은 2025년 상반기 항공운송 부문에서만 67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94.6%를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이다. 저유가가 유지된 3~5월 동안 유류비 부담이 줄면서 국제선에서 360만명, 국내선에서 207만명을 운송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티웨이항공 역시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MOPS(싱가포르 현물가격)를 기준으로 달러 결제가 이뤄지는데, 국제유가가 1 달러 떨어지면 갤런당 약 2.4 센트가 내려가는 구조다. 상반기 유가 약세 덕분에 티웨이는 지방공항 거점 확장과 부정기편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에도 비용 부담을 줄이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초 저유가 국면에서 연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체감했지만, 6월 들어 브렌트유가 배럴당 74.5 달러까지 치솟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인상해 추가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했으며, 실제로 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대비 최대 80%까지 올랐다. 동시에 연료효율이 낮은 노후 기재는 조기 퇴역을 검토하고, B787-10 같은 고효율 신형 기재 투입을 늘려 비용 상승을 흡수하려 했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은 유가와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까지 헷지를 시행하고 있으며, 주로 ‘제로 코스트 콜라(Zero Cost Collar)’ 구조의 옵션 계약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비용 리스크를 완화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는 안정적인 연료 단가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도 급등기에 대응해 탄력적인 노선 운영 전략을 가동했다. 성수기에는 A380 등 대형기를 투입해 좌석당 비용을 줄였고, 비수기나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조정했다. 아울러 금융적 헤지와 유류할증료 제도를 병행해 연료비 상승 리스크를 일부 완화했다. 특히 아시아나는 환율과 유가 변동성에 대비해 이자율 스왑 계약을 체결, 변동금리 차입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며 외부 충격에 대비하는 한편, 보고서에 파생상품 미결제 약정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도 급등기에 타격을 받았지만, 대응은 보다 단순하고 기민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빠르게 반영해 비용 압박을 완화했고, 티웨이항공은 저속 운항과 최적 항로 비행 같은 운영 효율화 방안을 적극 도입했다.

7~8월에 유가가 배럴당 68~69 달러로 안정세를 보이자, 항공사들은 장기 전략 점검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유가 변동에 대비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까지 파생상품을 활용해 헷지를 시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융적 헤지와 노선 운영 유연성을 결합해 안정 구간에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했다. 반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같은 LCC들은 저비용 체질을 유지하며 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다. 

 

▲ <사진=제주항공>

 
◆ 환율 대응…대형항공사는 외화부채 관리, 저비용항공사는 탄력 운임

3월 말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까지 치솟았고, 4월 초에는 장중 1484원으로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 항공사들은 달러로 결제되는 항공유, 리스료, 정비부품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단기적으로는 유류할증료 조정을 통해 일부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했다. 동시에 외화 매출과 외화 지출을 맞추는 ‘자연 헤지’를 적극 활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변동할 경우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민감도 분석을 공시하며, 금융적 헤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들은 외화 매출(국제선 수입)을 항공유 지출과 리스료로 매칭해 충격을 최소화했다.

5월 들어 환율은 한 달 새 7.5% 급락하며 1370원대 초반에 안착했고, 6월 말에는 1350원까지 떨어졌다. 달러 결제 비중이 큰 항공사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시기였다.

대형항공사들은 이 구간에서 연료비와 리스료 부담이 줄어든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인건비·감가상각비 같은 고정비 상승으로 전체적인 실적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대신 이 기간을 활용해 장기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파생상품을 통한 환율 헷지를 일부 확대한 것으로 보고됐다.

저비용항공사들은 환율 안정 덕분에 운임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제주항공은 국제선에서 점유율을 늘리며 매출의 94% 이상을 항공운송사업에서 창출했고, 티웨이항공은 부정기편 확대와 지방공항 노선 강화로 공급을 늘리면서도 환율 안정으로 비용 압박을 최소화했다.

7월 이후 미국 경제 지표 호조와 금리 인하 지연 전망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환율은 다시 오름세를 탔다. 7월 평균 1378원, 8월 평균 1389원으로 회복했고, 8월 21일에는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외화부채 관리와 파생상품 운용을 병행하며 충격을 흡수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이자율 스왑을 통해 변동금리 차입을 고정금리로 바꾸며 달러 강세 압박을 완화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환율 반등기에도 매출·지출 매칭을 통한 자연 헤지에 의존했다. 제주항공은 달러 매출 비중이 커 단기적 충격은 흡수할 수 있었지만, 환율이 장기적으로 1400원 이상 고착화될 경우 비용 구조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티웨이항공은 기재 활용도를 높이고 운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환율 부담을 대응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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