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10년 주기형·KB 장기채 발행 경험
싸게 조달해 오래 고정하는 능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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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는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금융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주문하면서 5대 시중은행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누가 금리를 더 낮추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낮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승부처다. 차주의 금리변동 위험을 은행이 더 많이 떠안는 만큼 장기자금을 싸고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금리가 올라도 차주의 이자 부담이 갑자기 커지지 않도록 대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변동금리가 더 싼 경우가 많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4.80~7.24%, 6개월 변동형은 연 4.28~6.65%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내는 이자가 적은 변동형에 끌릴 수밖에 없다. 장기 고정형을 늘리려면 이 금리 차이를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은행이 떠안는 부담이다.
변동형 대출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다. 반면 10년 동안 금리를 고정하면 고객이 내는 금리는 그대로인데 은행이 예금이나 채권으로 돈을 마련하는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은행이 금리 상승 위험을 대신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장기 고정형 경쟁에서는 대출상품보다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신한은행은 이미 경험이 있다. 2024년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내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보증하는 10년 만기 커버드본드 3000억원을 연 3.19%에 발행했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우량자산을 담보로 은행이 발행하는 장기채권이다. 쉽게 말해 장기간 빌려줄 주담대 자금을 은행도 장기간 빌려 마련하는 방식이다.
다만 신한은행의 과제는 금리다. 지난 7일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5.19~6.60%로 5년형이나 변동형보다 높았다. 고객에게 장기간 금리가 오르지 않는 안정성을 제공하면서도 초기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B국민은행도 2024년 HF 보증을 활용해 5년물 2000억원과 10년물 1000억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3.19%였다. 장기 고정형 주담대를 확대할 경우 기존 장기자금 조달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3년 또는 5년간 금리를 고정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를 운영한다. 당국이 10년 이상 금리를 고정하는 상품을 늘리면 상품 구조와 자금 조달 기간을 함께 늘려야 한다.
우리은행도 코픽스 6개월형과 5년 단위 금리형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공개된 금리표만으로 다른 은행과 장기 고정형 경쟁력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024년 HF의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협약에 참여해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추고 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협약에 참여했다. 과거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했지만 처음 5년만 금리를 고정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이었다. 대출을 50년 동안 갚는 것과 금리를 50년 동안 고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이번 정책은 대출기간보다 금리를 고정하는 기간을 늘리는 데 초점이 있다.
5대 시중은행 모두 장기 고정형을 늘리려면 장기자금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 커버드본드가 중요한 이유다. HF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일반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2024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첫 보증부 커버드본드도 같은 만기의 일반 AAA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됐다.
은행 입장에서 장기 고정형은 수익성과도 연결된다. 장기자금을 비싸게 조달하면 고객에게 받는 대출금리도 높여야 한다. 반대로 고객 확보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면 은행이 가져가는 이자마진이 줄 수 있다.
대신 장점도 있다. 고객이 앞으로 내야 할 이자를 예측하기 쉬워지고 금리가 급등해 상환 부담이 커지는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연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별 출발점은 다르다. 신한은행은 이미 운영 중인 10년 주기형의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KB국민은행은 10년 장기채 발행 경험을 실제 주담대 확대에 연결할 수 있다. 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고정기간을 늘린 상품과 이를 뒷받침할 장기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10년짜리 상품 하나 더 만들라’는 게 아니다. 고객이 부담했던 금리 상승 위험의 일부를 은행이 더 오래 관리하라는 주문에 가깝다.
앞으로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경쟁도 금리표 한 줄만 봐서는 알기 어려워진다. 얼마나 오래 금리를 고정하는지, 그 돈을 은행이 얼마에 조달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가장 긴 상품보다 장기 고정금리를 가장 싸게 제공할 수 있는 은행이 유리해질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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