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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LCD사업의 본산인 충남 아산 공장. 삼성은 이 공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세계 LCD시장을 석권한 바 있다. <사진=이중배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가 LCD사업을 접는다. 세계 최대 LCD업체로 올라선 BOE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더 이상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삼성이 LCD를 접는다고 디스플레이 사업 전체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삼성의 LCD사업 포기는 예견됐던 일이다. 한-중 간의 LCD 기술 격차가 없어지고 생산 능력이 역전 당한 상황에 하이엔드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지는 LCD 대신에 뜨는 OLED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삼성의 전격적인 LCD사업 포기로 LG디스플레이의 응수에 관심이 쏠린다. LG는 2년전 LCD사업 포기를 선언했다가 축소 조정 후 유지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삼성과 달리 고부가 IT기기용 LCD 중심으로 계속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인데, 언제 갑자기 LCD포기를 선언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장 상황인 것 만은 분명하다.
세계1위에서 사업포기...무슨 일 있었나?
삼성 LCD사업은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한 때 반도체, 가전, 통신기기와 함께 삼성전자의 강력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에 LCD사업부를 신설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든 이후 난공불락이던 샤프의 아성을 넘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분야다.
삼성은 특유의 생산기술과 과감한 베팅으로 일본 업체들을 추월하는데 성공하며 세계 LCD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이 과정에서 영원한 라이벌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와 불꽃 튀는 경쟁을 계속하며 급성장했다. 덕분에 삼성과 LG의 합산 글로벌 마켓셰어는 50%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은 LCD 사업 개시 단 7년 만인 1998년 대형 LCD(10인치 이상) 시장 1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중소형까지 포함한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일본, 대만 등과 불꽃 튀는 경쟁 끝에 얻어낸 값진 수확이었다. LCD는 반도체와 함께 핵심 수출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LCD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메모리 반도체보다 연간 수출액이 많았다.
반도체와 제조공정이 매우 흡사한 LCD 특성상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보유한 삼성의 시장 지배력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었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는데 혈안이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삼성을 능가하는 뭉칫돈을 LCD에 투자하며, 생산 능력을 계속 확충한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를 빠르게 추격해왔다. 특히 중국 BOE는 기술과 생산 역량 면에서 삼성, LG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BOE의 LCD사업은 그 모태가 한국이기에 기술 격차는 애초부터 그리 크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BOE는 하이닉스의 자회사이자 한때 삼성, LG와 삼각축을 형성했던 하이디스를 전격 인수하며 LCD사업에 진출했기에 출발부터 기술적 핸디캡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LCD 기술자들이 대거 BOE로 스카웃됐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지배력이 약화된 삼성은 2010년대 중반부터 LCD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왔다. 2016년 말부터 아산 7-1라인을 중소형 OLED로, 2019년 10월부터는 8라인 일부를 QD-OLED로 전환하는 투자를 단행하며 탈 LCD를 향한 발걸움을 재촉했다. 급기야 2020년 8월에는 CSOT에 중국 쑤저우 공장을 매각하는 등 사업 철수를 위한 움직임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겼다.
존재감 미미, 예견된 포기 수순
마켓셰어를 보면 삼성의 사업철수는 늦은 감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LCD 패널 점유율(매출 기준)은 중국 BOE가 28.4%로 압도적 1위다. LG디스플레이(15.3%)와 대만 AUO(12.2%)가 2, 3위다. 삼성은 1.4%로 존재감마저 미미하다.한때 부동의 세계 1위에서 사업 철수까지 삼성의 LCD사업은 영욕의 역사 그 자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의 LCD사업 철수가 디스플레이사업의 포기는 절대 아니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중심이 바뀌었을 뿐이다. 채산성을 잃어버린 LCD를 버리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OLED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OLED는 기술적으로도 LCD에 비해 여러가지 강점이 많아 이미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게다가 아직 중국 업체들은 OLED 만큼은 기술이나 생산 능력면에서 삼성과 LG에 많이 못 미친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OLED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아산 공장의 LCD라인을 OLED라인으로 재편하는가 하면 모든 투자를 OLED에 집중했다. 떠오르는 OLED시대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삼성의 디스플레이사업 방향은 한마디로 스마트폰용 등 소형은 OLED로, TV용 대형제품은 QD-OLED로 양분화, OLED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LCD를 과감히 포기하고 OLED에 집중함에 따라 OLED시장을 둘러싼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간의 3파전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는 삼성 보다 먼저 OLED에 역량을 집중한 탓에 대형 OLED 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소형, LG는 대형에서의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결국 전 분야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LCD시장을 양분했던 삼성과 LG가 이젠 OLED시장에서 대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라이벌 LG와 불꽃 경쟁 불가피할 듯
LG는 이에 따라 연말까지 파주 공장에 3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라인을 대거 증설, 세계 1위의 기세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체 OLED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삼성과 BOE 등 경쟁 업체의 추격권에서 멀어지겠다는 것이다. LG는 특히 세계 대형 OLED TV시장 1위인 LG전자라는 계열사를 등에 업고 있는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중국 BOE 역시 LCD분야에서 세계 IT 공룡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여세를 몰아 OLED시장까지 장악한다는 목표다. LCD부문에서 이미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젠 모든 역량을 OLED에 몰아주겠다는 뜻이다.
이에 맞선 삼성의 전략도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은 일단 차세대 TV용 디스플레이 QD-OLED와 중소형 OLED 등 고부가 제품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QD-OLED는 삼성이 LCD 이후 차세대 TV용 패널로 점찍은 디스플레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9년에 이미 대형 패널 사업을 기존 LCD에서 QD-OLED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13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QD-OLED는 OLED 패널에 무기물인 QD(퀀텀닷·양자점) 물질을 입힌 디스플레이다.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 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색을 낸다. 업계에선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삼성은 QD-OLED를 지난해 말부터 아산캠퍼스 Q1 라인에서 양산 중이다. 현재 생산 능력은 55인치와 65인치 TV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세계 1위품목이었던 LCD를 포기하고, OLED에 올인하며 디스플레이사업 재건을 진행 중인 삼성의 선택은 과연 적중할까. 라이벌 삼성에 따라 LG 역시 OLED에 집중하기 위해 LCD를 버릴까. LCD 시장 제패의 여세를 몰아 BOE는 OLED에서도 삼성, LG를 따라잡을까.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또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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