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후 래깅효과 반영… 유가 안정 시 역래깅 부담 가능성
중국발 공급과잉·수요 부진 지속… 고부가 중심 구조 개편 필요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나프타(납사) 수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했다) 하지만 업황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이후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래깅(lagging) 효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여전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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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화학, 여수 NCC 2공장 전경/사진=LG화학 |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2468억원, 영업손실 49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4723억원, 영업이익 1648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1분기 560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같은 기간 매출 1조3401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오는 13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이노베이션 역시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개선에는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래깅 효과는 원재료를 구매한 시점과 이를 제품으로 생산·판매하는 시점 사이의 가격 차이로 발생하는 손익 변동을 의미한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동 전쟁 이전 저가에 확보한 나프타 재고로 제품을 생산한 뒤, 전쟁 이후 유가 상승으로 높아진 가격에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 NCC 가동률은 올랐지만… 수요·수익성 회복은 미지수
다만 이번 실적 개선이 업황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쟁 이후 원유 가격이 안정되며 원료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비싸게 확보한 원료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중국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부터 범용 합성수지까지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면서, 과거 한국산 제품에 의존하던 시장 구조가 자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까지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석유화학업체의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도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이를 수요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1분기 평균 60% 안팎까지 떨어졌던 여천NCC와 대한유화는 최근 가동률을 10%포인트 안팎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도 가동률이 83% 수준까지 회복됐고, LG화학은 2분기 대산과 여수 1공장 가동률을 75%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다만 최근 가동률 상승은 수요 증가보다는 정부 지원과 비중동산 나프타 확보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회복을 위해 단순한 가동률 상승보다 제품 수요와 수익성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설·자동차·소비재 등 전방 산업 수요가 살아나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판매가 늘고, 중국발 공급과잉 압력이 완화돼야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 이후 부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수익 설비 조정과 고부가·친환경 소재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 재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에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인허가 특례와 화학물질 등록 절차 간소화, 환경 기준 적용 특례 등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전에는 중국이 범용 제품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국내 석화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향후 업황이 정상화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고부가 제품 중심의 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석화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 특수와 래깅 효과 영향이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전쟁 상황이 정상화될 경우 현재와 같은 효과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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