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 상공서 60일 검증…2028년 자체 위성 추진
기존 양산품 우주환경 맞게 보완…개발비·사업화 기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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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부품이 탑재된 무인탐사연구소 달 탐사 로버 [LG그룹) |
LG그룹이 우주산업 진입에 기존 양산기술을 활용한다. 우주 전용 부품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기보다 전자·카메라·배터리 분야에서 이미 생산 중인 부품을 우주환경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아직 매출이나 수주로 이어진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제조 경쟁력을 우주용 부품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실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6일 LG에 따르면 LG사이언스파크는 7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 5차의 부탑재 큐브위성에 LG전자와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의 부품 5종을 탑재한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팩을 공급한다. LG전자는 파워모듈과 자세제어 구동기, 위성 통신용 안테나를 맡았다. LG 계열사 3곳의 부품을 하나의 위성에 싣고 우주에서 공동 실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궤도에 진입하면 큐브위성은 고도 약 570㎞에서 60일간 부품 성능을 시험한다. 카메라 모듈은 한반도를 촬영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배터리팩은 위성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상태정보를 수집한다. 파워모듈과 자세제어 구동기는 각각 전력 공급과 위성 자세 제어를 담당하고, 통신용 안테나는 위성과 지상국 간 통신에 활용된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탑재 부품보다 개발 방식에 있다.
LG는 상용기성품(COTS·Commercial Off-The-Shelf) 방식을 적용했다. 지상에서 이미 검증된 상용부품을 진공과 방사선, 큰 온도 변화 등 우주환경에 맞게 보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주 전용 부품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보다 개발비와 사업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접근이 가능한 배경에는 각 계열사의 기존 사업 기반이 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을 대량 생산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기술을, LG전자는 전력제어와 통신·구동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별도의 우주사업을 새로 만드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제조기술 가운데 우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골라 성능을 검증하고 사용처를 넓히는 전략에 가깝다.
우주산업에서는 실제 운용 이력이 중요하다. 지상에서 성능이 입증된 부품이라도 진공과 방사선,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수명과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에서 정상 작동했다는 데이터는 향후 제품을 개량하거나 외부 고객을 확보할 때 중요한 검증자료가 된다.
LG가 이번 60일 시험에서 확보하려는 것도 이 운용 데이터다. 실증에 성공하면 카메라와 배터리, 전력·통신 부품이 우주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부품 설계와 내구성을 다시 보완할 수 있다.
LG는 이번 프로젝트를 일회성 시험에 그치지 않을 계획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위성 탑재기술을 축적한 뒤 2028년 자체 큐브위성을 발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LG기술협의회 등을 통해 우주산업의 사업기회를 검토했고 우주항공청과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출발점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이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23년 달 탐사 로버 개발기업 무인탐사연구소를 육성기업으로 선정했고 이듬해부터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달 표면과 유사한 환경에서 로버 주행시험도 진행했다.
계열사별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우스8 테크놀로지스와 항공우주용 배터리 셀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실증은 개별 계열사가 진행해온 우주 관련 기술을 LG그룹 차원의 부품 포트폴리오로 묶어 실제 우주에서 검증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된 시도다.
다만 이번 실증을 곧바로 우주사업 상용화로 보는 것은 이르다. 아직 외부 고객과의 공급계약이나 구체적인 매출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달간의 실증 결과를 확인하고 이를 실제 위성용 제품과 수주로 연결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LG의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막대한 선행투자를 들여 우주 전용 제품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이미 확보한 전자·배터리·광학 분야의 양산기술을 우주환경에 맞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7일 누리호에 오르는 것은 부품 5종이지만 LG가 확보하려는 것은 실제 우주에서의 운용 이력이다. 이번 실증이 성공하면 2028년 자체 큐브위성은 단순한 발사 프로젝트를 넘어 기존 양산기술을 우주산업으로 확장하는 다음 검증단계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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