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측 단협 등 규정 고쳐야 하나며 문의와 반발
근로자측 이 기회에 임금피크제 제도 폐지해야 한다
정부,"정년유지형 모든 '임피제' 무효 의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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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
대법원이 지난 26일 내린 이 판결로 경제 현장에서 논란과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사용자 측은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 등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문의를 하고 있으며 노동단체 등 근로자 측은 이 기회에 아예 임금피크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고 있거나 이 제도를 적용 받고 퇴직한 근로자들까지 소송 등을 통해 임금손실분을 보상 받으려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하면서 개별 기업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 조치의 적정성(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감액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각 기업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는 사안 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임금을 점차 깎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령 근로자에게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임금피크제가 본격 확산한 것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시행은 2016년)으로 근로자의 정년이 일제히 60세로 늘면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60세 정년' 의무화를 앞두고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힘을 쏟았고 모든 공공기관이 2015년 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용 중인 곳의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 2017년 53.0%, 2018년 54.8%, 2019년 54.1%로 계속 증가했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은 크게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이지만 각 사업장마다 노사의 단체 협약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도입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정부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이번 판례에도 기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들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례의 대상이 되는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이 아닌 정년유지형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대부분 기업은 정년연장형을 채택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도 삭감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 등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판례는 이미 나와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 속 사례에서 근로자에게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으로, 이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에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도 임금이 깎인 것이 문제가 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1991년 B연구원에 입사한 뒤 2014년 명예퇴직했다. 연구원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 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 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 노무관련 전문가는 "A씨는 임금피크제 적용 전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이 삭감됐다"며 이번 사건이 예외적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층의 실업을 완화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령층의 숙련된 업무 능력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고 이번 사건의 피고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부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무효화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고 각 사업장마다 단체협약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혼선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금피크제에 따른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도입했던 사업장이나 단협 개정 등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던 중소형 단위의 한계 기업에서는 이번 판결로 부담을 크게 안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날인 27일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모두 무효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후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이번 판례를 참고해 사례별로 적절하게 임금피크제를 운용하겠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ysc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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