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돈줄 된 증권사 계좌…내부통제는 뭘 봤나

위아람 기자 / 기사승인 : 2026-06-22 1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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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동일 1000억원대 시세조종 의혹에 KB·NH·교보 압수수색
계좌 개설·신용공여·이상거래 탐지 쟁점…회사 책임 단정은 일러
▲ 서울남부지검 [연합뉴스]

 

DI동일 주가조작 의혹의 쟁점이 증권사 내부통제로 옮겨가고 있다. 검찰이 KB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을 압수수색하면서다. 핵심은 압수수색 자체가 아니다. 1000억원대 자금이 동원되는 동안 증권사 계좌와 신용공여, 이상거래 탐지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느냐다.

검찰 수사가 향하는 지점은 증권사들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혐의자들이 증권사 계좌와 대출 기능을 이용해 시세조종 자금을 운용하는 동안 내부통제 장치가 이를 얼마나 걸러냈는지가 핵심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KB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에서 관련 계좌와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DI동일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로 개인 11명과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자들은 법인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해 유통주식 수와 거래량이 적은 DI동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혐의자들의 매수 주문은 전체 시장 거래량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 등 여러 유형의 주문이 장기간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체의 이상거래를 분석하고 적출하는 역할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맡는다.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주문을 수탁한 증권사에 예방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I동일 거래 과정에서 거래소가 세 증권사에 경고나 예방조치를 요구했는지, 요구가 있었다면 해당 증권사가 고객에게 경고하거나 주문 수탁을 제한하는 등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

증권사들도 거래소의 시장감시와 별도로 자사 계좌에서 발생하는 주문과 거래를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다만 개별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의 주문까지 파악할 수 없다. 여러 회사에 계좌를 분산한 조직적 거래의 전체 구조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각 증권사에서 혐의자들의 계좌가 어떤 경위로 개설됐고, 해당 계좌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주문이 제출됐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같은 명의자나 관련 법인이 다수 계좌를 이용했는지, 특정 영업점이나 직원을 통해 주문이 집중됐는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신용융자나 주식담보대출 등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시세조종 자금으로 사용됐는지도 쟁점이다. 금융당국은 혐의자들이 금융회사 대출금을 동원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증권사들이 직접 자금을 제공했는지와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용공여가 확인될 경우 증권사는 단순 거래 중개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자금의 일부 공급 경로였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다만 이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직원의 연루 여부도 증권사 책임의 범위를 가를 변수다. 금융당국은 혐의자들이 증권사 직원 등을 포섭하고 DI동일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좌를 시세 관리에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취득 신탁계좌는 회사가 증권사에 자사주 매입을 맡길 때 쓰는 계좌다. 이 계좌가 시세 관리에 이용됐다면 통상적인 자사주 매입과 인위적 주가 부양의 경계가 쟁점이 된다.

다만 직원이 통상적인 고객 주문이나 신탁계약 업무를 처리한 것인지, 시세조종 목적을 알고 주문 방식과 시점에 관여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직원 개인의 관여가 확인되더라도 증권사 차원의 조직적 연루 여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압수수색만으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 교보증권의 법적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검찰은 관련 계좌와 자금 흐름, 일부 직원의 관여 여부 등을 확인하는 단계다.

본지는 세 증권사에 계좌 개설 경위, 신용공여 여부, 이상거래 탐지 및 보고 여부, 내부 직원 연루 여부 등을 질의했다. 다만 세 회사 모두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은 제한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일전에 있었던 압수수색 건과 동일한 건으로 추가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며 “개인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나온 건 맞는데 연루가 된 건지는 조사가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 개설이나 신용 공여 부분은 공개 대상이 아니라서 확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금융거래 확인차 들어왔다고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우리 쪽 계좌를 수색하기 위해 관련 계좌 확인차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은 증권사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이상거래 적출은 거래소가 맡지만, 실제 계좌를 열어주고 주문을 받으며 신용을 제공하는 곳은 증권사다. 시세조종 세력이 여러 증권사 계좌를 나눠 썼다면 개별 회사의 탐지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한계가 내부통제 부실의 면책 사유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수사의 핵심은 세 가지다. 계좌는 어떻게 열렸는가.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반복된 이상 주문을 증권사 내부통제는 어디까지 봤는가. DI동일 주가조작 의혹은 이제 시세조종 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 계좌 관리와 시장감시 체계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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