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위정보 먼저 판단하는 플랫폼, 기준도 먼저 보여야

황세림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6 19: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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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 전 조치는 플랫폼 몫…삭제 기준·이의신청 결과 공개해야
▲ 경제부 황세림 기자

허위조작정보 신고가 들어오면 게시물을 삭제할지, 노출을 제한할지, 그대로 둘지를 누군가는 정해야 한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법적 최종 판단을 법원에 맡겼지만, 그 전에 이용자가 체감하는 조치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이 먼저 내린다. 문제는 이 1차 판단의 기준과 책임이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허위조작정보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방미심위는 이 원칙을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명문화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운영정책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고 내용을 검토한다. 허위성이나 공익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가리기 어려운 사안은 KISO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KISO의 심의 결과는 법원 판결과 같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각 주체의 설명은 제도상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가 사실과 거짓을 직접 가려서도 안 되고, 플랫폼이나 민간 자율기구가 법원을 대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모두가 역할의 한계를 설명하는 사이에도 게시물을 남길지, 제한할지는 정해야 한다.

신고를 받아들여 조치하는 것도 판단이고, 기각하는 것도 판단이다. 삭제 대신 노출을 제한하는 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랫폼이 선택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수 없는 서비스 현장에서는 사업자가 먼저 결론을 내려야 한다.

플랫폼의 부담도 가볍지 않다. 명백한 사칭이나 악의적인 조작 콘텐츠를 방치하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사실과 의견, 추정과 풍자가 섞인 게시물을 성급히 제한하면 정당한 비판과 문제 제기까지 공론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과잉 차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피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플랫폼에 더 많은 게시물을 지우라고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근거로 제한했고, 왜 삭제가 아닌 노출 제한을 택했으며, 어떤 사안을 외부 심의에 넘겼는지를 밝히도록 하는 일이다. 자율규제라면 판단 권한만큼 설명 책임도 따라야 한다.

사후 이의신청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기는 어렵다. 게시물이 뒤늦게 복구되더라도 논쟁이 필요한 시점은 이미 지나갔을 수 있다. 작성자가 다음 글을 망설이고 다른 이용자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주저한다면, 표현의 위축은 법원의 판단보다 먼저 시작된다.

허위조작정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노린 ‘사이버 레커’식 허위정보 유포는 개인의 삶을 훼손하고 공론장을 흐린다. 그러나 대응의 필요성이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제한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플랫폼은 앞으로 신고·조치·이의신청 현황과 결과 등을 공개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게시물을 제한했고, 비슷한 사안에 같은 원칙을 적용했는지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적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지만 이용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플랫폼의 판단이다. 자율규제의 신뢰는 삭제 건수가 아니라 그 판단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시작된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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