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건설이 말한 '올바른 ESG경영'이 미덥지 않은 이유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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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경제 산업부장 양지욱 기자

기업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세우는 것이 ‘ESG경영’전략이다. 국민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한 회계처리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윤리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라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공헌활동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경영 윤리와 법을 잘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방식이다.

지난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ESG 경영 중 기업이 가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야가 지배구조(G)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지배구조 개선이 곧 ‘윤리경영’이고, 기업활동과 경영에서 윤리를 우선 가치로 해야 하는데 기업의 오너들은 경영과 소유를 분리 운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 기준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활동을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존중, 주주가치 강화, 기업의 청렴도 등이 윤리경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중흥그룹 가족이 된 대우건설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및 이사회 규정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ESG경영 중 지배구조 부문 강화에 힘써 지속적으로 올바른 ESG 경영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이뤄진 조직변경들을 보면 그 말과 다른 듯하다. 오히려 대우건설 지배구조를 오너중심제로 바꾸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28일 개정된 정관에는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고문,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에 ‘회장’을 포함시켰다. 이것은 언제든지 중흥그룹 정원주 부회장을 대우건설 회장으로 추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수초기 ‘취업불승인’으로 사외이사에서 제외됐던 김보현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처남이다.

앞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노조 등 사내 반발을 무마하고자 독립경영을 약속하며 ‘인수시점부터 3년간 법인대표는 대우건설 임원 중 선임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공채 입사한 정통 ‘대우맨’ 백정완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그해 3월 백 대표 취임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며 “대우건설의 독립경영과 임직원 처우 개선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합병 절차가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오너일가가족들을 대우건설에 입사시켰고, 노조와 합의한 대우건설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외에는 주요 보직에 중흥맨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정 회장의 장손인 20대 중반인 정정길(정원주 부회장 장남)씨를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김보현 총괄부사장의 두 아들 김이열씨와 김이준씨도 대우건설에 입사시켰다. 사외이사직에는 중흥그룹측 법무법인 광장 출신 인물 2명이 선임됐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 구성비율이 높으면 기업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김 부사장까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됨으로써 대우건설 이사회는 중흥 출신이 다수가 됐다.

 

이사회가 전결권자로서 독립적인 의사전달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정 회장이 약속했던 독립경영 보장은 허울에 불과하다며 정원주 부회장을 회장직에 선임하려는 움직임 등 과도한 경영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흥그룹은 자회사로 중흥토건, 중흥건설개발, 세솔건설, 중봉건설 등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 지분은 오너 집안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대우건설도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번 주총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해 ESG 경영 실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ESG경영 실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고, 여성 임원 추가 선임 등 정량적 수치가 좋아졌다고 ESG경영 이라고 할 수 없다.

한 기업의 결정이 회장의 결정만으로 이뤄지거나 전결권자인 이사회가 거수기에 불가하다면 그것은 건강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진에게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고 경영진을 감시 및 견제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적인 결정권이 보장되야 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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