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은 소심해야 한다

김자혜 / 기사승인 : 2024-03-26 17: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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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김자혜 기자

홍콩 항셍(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권이 뒤숭숭한 가운데, 기업은행이 소심한 전략 덕분에 위기를 피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이 보유한 H지수 ELS는 120억원 규모로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은 0이다.
 

전문가도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우려요인이 없다고 평가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을 분석하면서 “H지수 판매량이 대형 은행 대비 매우 작고 손실구간이 아닌 것으로 파악돼 관련된 불확실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3년 전, H지수 ELS의 유행시기로 시계를 되돌려 보면 시중은행은 불타올라 있다.

 

2024년 현재 만기도래 잔액이 가장 커 골머리를 앓고 있는 KB국민은행을 보면 2021년 3분기 기준 수수료 순익이 8894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 시기 국민은행을 포함해 은행 PB 직원이 ‘주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수익률이 연 7~8%’, ‘ELS 쿠폰금리가 높아 눈여겨 볼만하다’ 등 ELS 상품을 훌륭한 투자수단으로 추천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2021년의 기업은행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했다. 같은 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을 기다렸고 또 규정이 정비도 기다렸다. 여기에 위험도가 낮은 상품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판매했고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은행은 ELS를 팔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3년 후로 돌아온 현재, 소심한 기업은행과 진취적 국민은행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남다른 신중한 행보를 보인 배경엔 기획재정부, 국가책임의 공공기관이라는 점이 주효해 보인다.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 기획재정부는 지분 59.5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도 한국산업은행 7.20%, 국민연금 5.45%, 수출입은행 1.8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국가가 소유한 은행이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H지수 ELS투자자 모임에서는 “대형 은행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기업은행으로 계좌를 이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비은행 수익경쟁, 예대 마진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업전략은 오랜기간 숙원사업이었다.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어렵게 모은 서민의 돈을 맡아두는 은행은 신중하다 못해 소심해야 한다는 점을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사례에서 비춰주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신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실적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여준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은행 별도 당기순이익은 2조411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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