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정부 주도였던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민간 주도로 바뀌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흐름에 발맞춰, 사업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에 위성 하드웨어 제조부터 발사, 지상국·통신·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된 토털 솔루션을 갖춘 KAI의 행보가 신사업 확장과 뉴스페이스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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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 <사진=KAI> |
◆ 항공에서 우주까지, 차세대중형위성 사업으로 시작된 우주 역량 축적
KAI의 우주 사업 진출은 2015년부터 진행됐다. 정부의 ‘차세대중형위성 1단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 KAI는 이 과정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주도하던 기술을 일부 이전받음으로써 민간 영역에서 본격적인 우주 역량을 쌓았다.
이후 KAI는 정부가 2018년 ‘민간 주도 위성개발 체제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KAI는 차세대중형위성 2~5호 개발의 주관사 역할도 맡았다. 이를 통해 KAI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위성 본체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발사체 부문에서도 누리호(한국형 발사체) 총조립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위성뿐만 아니라 발사체 제작·조립 노하우까지 축적하게 됐다. 특히 KAI는 누리호 1단 추진체 탱크를 직접 제작하여 발사체 핵심 구조물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1단 추진체 탱크는 액체 연료와 산화제를 저장하는 필수 구조물로, 높은 정밀도와 내구성을 요구하는 기술 집약적 부품이다. 이러한 탱크 제작에는 초경량 고강도 합금 적용, 정밀 용접 기술, 극저온 환경에서의 구조 안정성 확보 등이 필수적이며, KAI는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자체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향후 독자적인 발사체 조립과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을 쌓았다.
또한, 군 ‘정찰위성사업(425사업)’ 참여를 통해 중·대형 위성 기술을 축적하며, 방산과 민간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425사업은 다수의 정찰위성을 궤도에 배치하여 실시간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로, KAI는 이 사업을 통해 전자광학(EO), 적외선(IR),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 등의 기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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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호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KAI> |
◆ 메이사 투자로 본격화된 위성 데이터 서비스 사업
‘메이사’는 건설·국방·재난관리·스마트시티·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3D 공간정보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2D 드론·위성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독자 엔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항공우주 및 국방산업, 스마트 인프라 관리, 정밀 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KAI는 2021년 메이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단순한 위성 제조업체에서 나아가 우주 데이터 서비스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후 KAI는 메이사와 함께 합작법인 ‘메이사 플래닛’을 설립해, 위성에서 획득한 각종 관측 영상을 AI·빅데이터 기술로 분석·유통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어 2024년 8월, 메이사는 메이사 플래닛과 합병하며 위성 영상 분석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KAI는 합병 이후 추가 투자까지 단행하여, 현재 메이사의 2대 주주로 있다.
KAI는 위성 제조부터 데이터 분석 및 서비스 제공까지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는 전략을 지속 추진 중이며, 메이사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우주·항공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제노코 인수와 우주 통신·항법 분야 강화
‘제노코’는 위성통신·항공전자 분야에 특화된 기업으로, ‘통신 탑재체(위성 통신 장비)’와 지상국 시스템 등을 개발한 바 있다. KAI는 최근 제노코를 인수함으로써, 위성의 데이터 통신 및 항공전자 장비 역량을 한층 보강했다.
향후 소형·중형위성을 대량으로 운용할 때 필수적인 통신·항법 기술이 KAI 내부에 내재화됨으로써, 기업 간 협력 없이도 자체적으로 발사부터 운용, 데이터 서비스까지 풀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KAI가 제노코를 비롯해 여러 협력사와 함께 부품·장비 조달망을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KAI가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우주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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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위성 제작 시설. <사진=KAI> |
◆ 초소형 위성 사업 확대
KAI는 군 정찰 및 상업용 지구 관측을 위한 초소형 SAR 위성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하여 초소형 SAR 검증 위성을 개발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2028년부터 44기의 초소형 SAR 위성을 대량 양산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민간 영역에서도 지구 관측 및 해양 감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초소형 위성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초소형 위성 사업은 KAI가 위성 제조뿐만 아니라 운용 및 데이터 분석까지 포괄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연구부터 개발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 인프라 구축
KAI는 경남 사천 본사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연구부터 개발까지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2024년에는 대형 열진공챔버를 추가로 도입해 최대 4톤급 위성까지 자체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열진공챔버는 실제 우주 환경을 모사해 위성 탑재체나 전자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핵심 장비다.
KAI는 이를 기반으로 정지궤도위성 및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위성, 그리고 대량 생산되는 초소형 SAR 위성까지 모두 한곳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이는 신규 사업의 진행 시 신속성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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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가 구축한 열진공챔버. <사진=KAI> |
◆ KAI의 뉴스페이스, 인공위성을 넘어 우주산업을 겨냥하다
KAI는 기존의 군용 항공기 및 위성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밸류체인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소형·중형·군사·항법 위성 제작에서부터 ▲발사체 총조립 및 개발, ▲위성 데이터 분석 서비스(메이사), ▲통신·항공전자 부품 내재화(제노코 인수), ▲열진공챔버를 포함한 우주센터 인프라 확충에 이르기까지 우주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제작·운용·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KAI는 단순한 위성 제조업체를 넘어 종합 우주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KAI가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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