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실질적 복지문화 여전히 보수적… “열린 사고 필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은행권이 인사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임원·간부급에 여성 CEO가 등장해 새삼 여성리더 육성 바람이 다시 부각될지 여부가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지주의 경우 2018년 이후 마련된 여성 인재육성 프로그램이 잇따라 결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가 단지 ESG경영화두에만 집중돼 반짝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여성리더들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먼저,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자회사 사장단 인사에서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 DS CEO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에서 여성을 CEO로 선임한 것은 최초다.
조 부행장은 신한금융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 1기 과정을 수료한 인재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신한 쉬어로즈’를 마련했다.
신한 쉬어로즈는 그룹 내 여성 본부장·부서장급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1기 29명 규모로 시작했다. 이후 기수마다 대상과 규모를 확대해 코칭 리더십과 멘토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3기까지 쉬어로즈를 통해 143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 이에 국내기업 최초로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 우수기업에 3년 연속 편입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여성 인재 비중을 본부 부장급 20%·팀장급 30%·팀원급 4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그룹 차원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 'WE STAR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KB증권은 여성 팀장들을 대상으로 '밸류업' 과정을 실시하고, 지점의 여성 서비스 팀장들에게 자산관리 아카데미 수강을 의무화하는 등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KB손해보험도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KB사내대학 드림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에서는 최초로 이사회에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임원·본부장 등 리더로 여성을 전진 배치하는 등의 2022년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27일 밝혔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조직 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혁신 본부’도 새로 꾸린 하나은행은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기존 16그룹, 21본부·단, 60섹션으로 구성됐던 조직을 13그룹, 26본부·단, 55섹션으로 압축시킨 것이다.
소통과 협업 체계를 강화해 조직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3단계(콜라보그룹-영업본부-지역영업그룹)로 이뤄졌던 국내 영업 조직은 2단계(콜라보그룹-영업그룹)로 축소했다.
동시에 은행의 핵심성장 부문은 강화했다.
자산관리그룹을 확대해 ▲WM(자산관리)본부 ▲연금사업본부 ▲신탁사업본부 ▲투자상품본부 등 4개 본부로 쪼개어 구성했다. 기존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는 DT 혁신 본부가 신설됐는데, 이곳에서 은행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할 전망이다.
또 브랜드본부 내 홍보섹션에서 ‘브랜드전략섹션’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등 2명을 여성 본부장으로 선임하는 등 여성 인재를 중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김소정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과 이인영 소비자보호그룹 상무, 김미숙 연금사업본부장과 함께 하나은행의 여성 임원·본부장은 총 5명이 됐다. 이들은 모두 70년대생이다.
하나은행 측은 출신·연령과 상관없이 성과 기반 인사를 실시했다고도 밝혔다. 박병준 본부장은 부행장인 경영지원그룹장 겸 청라HQ추진단장으로 승진했고, 성영수 외환사업단장(본부장)은 CIB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안선종 본부장은 Biz.혁신그룹 부행장으로, 전우홍 서남영업본부장은 여신그룹 부행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김주성 하나카드 리스크관리본부장은 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승진 위촉됐다.
또 현장 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 현장의 성과 우수 지점장 등을 대상으로 본부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고, 총 17명이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우리 윙(WING)’ 1기 발대식을 지난 6월 실시했다.
우리 윙은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다양한 직급에 걸친 60명의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그룹 코칭·전문가 초청 특강 프로그램 등을 통해 리더십 역량을 강화한다. 또한 이들은 사내 멘토로 임명돼 여성 직원에 대해서도 멘토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Waves)’를 지난 6월 출범시켰다. 하나 웨이브스 1기는 총 34인으로, 각 관계회사 CEO가 그룹 내 여성 부점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추천·선정했다.
이들은 이달까지 약 6개월간 외부 리더십 전문가와의 멘토링, 온라인 MBA, 리더십·경영·DT·인문 등을 주제로 한 온라인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에 여성리더들이 속속 등장한 배경으로 최근 기업경영 전반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화가 확산되고 사회적으로도 능력에 따른 남녀 차별없이 균등한 기회 부여 등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면서 성과 중심 인사로 승진 기회의 길이 열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 내부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강해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남성 임원 비중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조금씩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리더 육성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인재 풀 가동도 점차 고위급 여성 임원 배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성인재 육성 분위기가 지속하려면 은행 내부적으로 여성 직원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문화(출산휴가 등)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테면, 출산 휴가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따른 인사 불이익과 업무 성향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 내부 관계자는 “현재 여성인재 풀은 임원급으로 초점이 맞춰진데 반해 일반 여성 직원들의 경우에는 인사에 있어 아직도 제한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서는 여성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잘되어 있는 편이긴 해도, 예를 들어 출산휴가를 쓰려면 윗사람에 대한 눈치싸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즉, 이 은행권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겉으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리더급에 한해선 열려 있는 대신 아래 직원에 대한 승진 기회의 폭은 여전히 좁다는 말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을 때 정부가 아무리 그에 따른 출산휴가제도나 육아휴직을 권장하도록 정책을 펼쳐도 막상 실제로 쓰려면 경력단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권 인재풀은 남성 중심 포커스에 여전히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들의 경우 인사배치를 해도 예·적금 업무 또는 소비자 보호 등 특정분야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진짜 은행권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인지하고 남녀 차별없이 균등한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업무성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윗세대 남성 중심의 리더들도 생각을 열어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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