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잇단 악재를 딛고 지난 1분기에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로 불릴만한 호성적을 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증시에서는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여줘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국내 IT 및 전자산업의 대들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보고를 통해 전문가들의 추정치를 뒤엎은 '깜짝 실적'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은 77조원대의 매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고, LG 역시 매출, 영업이익 등 모든 면에서 분기기준으로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부문의 선전이 주효했고, LG는 세계 최강으로 우뚝선 생활가전 부문의 약진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G는 특히 상당한 특허수익을 올린 것이 실적 반등에 적지않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증시에선 상황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LG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지속적인 순매도 행진 속에서도 7일 소폭 상승한데 이어 8일 오전 현재에도 3% 안팎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삼성 주가는 반등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부진의 연속이다. 삼성 주가는 이날 오전 12시 현재 전일대비 0.29% 하락한 6만7천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 저점인 2020년 12월1일 종가와 같은 수준까지 밀린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같은 흐름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8일 증권가에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낮춰잡았다. 하이투자증권이 9만4천원에서 8만9천원으로, KB증권이 10만원에서 9만원, 하나금투가 10만원에서 9만5천원으로 삼성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삼성이 1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둔데다가 2분기 이후에도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 증시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삼성 자체의 펀더맨털 문제보다는 거시적인 글로벌 환경쪽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삼성은 이제 한국의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거시적인 환경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는 의미이다. 실제 올 하반기 정보기술(IT)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선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점차 약화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의 노트북과 스마트폰 출하량이 실제 판매 부진으로 인해 재고가 증가했다. D램 현물 가격의 하락세 등 삼성의 캐시카우들을 둘러싼 대외 환경의 흐름이 결코 삼성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삼성 주식을 내다파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국인들은 삼성 주식을 지난달 25일 이후로 하루도 쉬지않고 순매도했다. 이에따라 한때 주가가 10만원대에 진입하는 '10만전자'를 향해 달리던 삼성주가는 7만원대 벽마저 무너저내린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이 전략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비메모리, 특히 파운더리 부문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도 삼성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한다. 인텔의 파운더리사업에 대대적인 투자와 삼성의 영원한 라이벌 TSMC의 만만찮은 선전이 삼성 비메모리사업의 미래를 어둡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LG 주가는 좀 다른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하고 있으나 삼성과 달리 주가의 흐름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 눈에띈다. LG는 깜짝 실적을 발표한 7일 162만여 주가량의 주식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 1월21일 이후 최대 규모다. 8일엔 거래량이 더욱 급증하는 양상이다.
LG주식의 거래량은 8일 오전 현재 이미 150만주를 넘어서며 200만주 돌파가 거의 확실시된다. 1월초 이후 약 3개월만의 일이다.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거래량의 급증이 주가반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관심의 대상은 LG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이다. 대부분의 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우뚝선 LG는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하는 전략 수정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내며 평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LG의 프리미엄 가전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1분기에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인 7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6%가량 증가한 수치다.
H&A 사업부의 효자 제품은 LG오브제컬렉션이다. 업계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 오브제컬렉션이 LG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퓨리케어 에어로타워, 식물 가전 틔운 등 신개념 가전이 신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가는 실적에 비해 6개월 이상 선행한다. 당장의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실적이 주가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대외 환경에 부닥쳐 있는 삼성과 새로운 성장엔진을 무기로 증시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LG의 다소 엇갈린 주가 흐름은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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