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지난달 21일 도전과 리더십으로 혁신을 이끌어가는 모범적인 기업가라며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이 며칠 만에 돌연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계열사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일진그룹이 일감몰아주기로 키운 계열사를 ‘사조직’처럼 이용해 2세 경영 지배구조를 강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진그룹 허 회장이 모범적인 기업인이라는 평가에서 ‘꼼수’나 부리는 부도덕한 경영인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은 허 회장의 수상한 일진홀딩스 보유 주식 매각 과정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달 21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일진홀딩스 보유 주식 전량인 753만5897주를 계열사인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는 일진홀딩스 주식의 15.3%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거래로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의 지분 24.64%인 1215만8329주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진홀딩스 지분 구조는 허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가 29.12%로 최대주주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진파트너스가 2대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기존 1대주주인 허 대표의 보유 지분 확보로 사실상 장남 승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이번 주식 이전으로 허 회장이 일진홀딩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허 대표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이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식 매각 행태를 두고 일진그룹의 허진규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비상장사를 동원해 지주사 지분을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에게 사실상 증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 오너들이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법망을 교묘히 피한 전형적인 우회거래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허 회장이 일진홀딩스 주식을 허 대표에게 직접 증여했을 경우 50%에 육박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분 매각 방식을 택한 허 회장 일가는 20% 세율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된다.
공개된 공시 기록의 처분 단가 23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허 회장은 지분 매각 금액이 총 173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계산된다.
정상적인 증여일 경우 이 중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장사 주식은 초과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143억 원의 절반가량인 70여억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한다.
하지만 허 회장은 지분 매각 방식을 택하면서 세금이 30여억 원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규모에 절반 수준이다.
또 허 회장의 장남 허정석 대표는 일진파트너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허 대표는 개인 자금 1원 한 푼 들이지 않고 추가 지분 24.64%를 확보, 일진그룹 지주사인 일진홀딩스 지분 53.76%를 보유하게 됐다.
일진그룹 오너 일가로서는 간접 지분 확보로 2세 경영권도 강화하고 세금도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이와 함께 관련 업계에서는 일진그룹이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인 일진파트너스를 이용해 2세 경영 강화에 나선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룹의 일감으로 성장한 일진파트너스를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개인 사조직처럼 활용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6년에 설립된 일진파트너스는 그룹 내 국제물류업과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맡고 있는 업체로 일진홀딩스 자회사인 일진전기에서 100%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36억 원 전부가 일진전기에서 나왔다. 일진전기의 대표 역시 허정석 대표가 맡고 있다.
일진 일가의 2세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빚까지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너 일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매각 당시부터 일진홀딩스 자금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짙었다. 일진파트너스의 지난해 매출은 136억 원에 불과해 173억 원이 넘는 매각자금을 마련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말 기준 일진파트너스의 유동성자산은 120억7626만원이었고 이중에서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일진파트너스는 지분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과 현금 차입 등을 동원했다.
일진그룹에 따르면 일진파트너스가 기존 자산에다 차임금과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허 회장의 지분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허 씨 부자의 주식 넘기기를 위해 일진파트너스가 빚까지 내며 동원된 샘이다.
지난해 일진파트너스의 재무구조를 감안했을 때 허 회장의 지분 매입을 위해 최대 100억 원 이상의 부채를 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허 회장 일가의 이번 매각 행태를 두고 상속·증여세 등을 피하기 위한 기업 오너들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한 규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진그룹 “절차상 문제 될 것 없다”
이러한 지적에 일진그룹 측은 절차상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일부에서 증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엄연히 매각”이라며 “우리로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목적은 지배구조를 더욱 튼튼히 해 경영진의 책임감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이번 매각을 경영 지배 구조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매각이 경영 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진홀딩스는 이번 지분 매각 이전에도 허 대표가 지배력을 갖고 경영해 왔던 곳”이라며 “허 회장의 지분이 넘어가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경영 지배 구조를 더욱 공공이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허 대표의 경영 장악력이 강화 됐을 뿐 허 회장과의 경영 구조 자체가 변화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허진규 회장의 장남으로 일진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허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1995년 일진다이아몬드 대리로 입사해 그룹 경영기획실 상무, 일진전기 전무, 일진중공업 부사장 등을 거쳐 2007년 일진전기·일진중공업 사장에 올랐다. 현재 일진홀딩스와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1968년 설립된 일진그룹은 배전금구류, 동북강선, 공업용 다이아몬드 등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온 업체로 현재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터리얼즈, 일진제강, 일진유니스코, 일진LED, 일진엔터프라이즈, 전주방송 등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 총 매출이 2조5000억 원에 달한데 이어 올해 일진디스플레이와 일진머티리얼즈 등 계열사들의 성과로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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