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대주그룹 전 회장, '하루 놀면 5억 탕감' 논란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03-25 10: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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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 … 사회 전체가 발칵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벌금과 세금, 채무 등 무려 634억 원을 내지 않고 해외 도피 중이던 대주그룹의 허재호 전 회장이 검찰에 의해 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에 대한 비난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시금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11월, 전산회계를 조작해 법인세 508억 원을 탈세하고 회삿돈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허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횡령 등으로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 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받았던 허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2011년 12월 내려진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머물며 법의 심판을 피해오던 허 전 회장은 지난 22일 뉴질랜드에서 귀국하다가 광주지검에 의해 인천공항에서 신병이 확보됐으며 그대로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구금됐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내지 않기로 결정해 교도소 노역장에 유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허 전 회장이 49일만 노역장에 있으면 벌금 254억 원 전액을 탕감받는다는 것이다.


서민 위한 환형유치 악용하는 낯두꺼운 재벌
우리나라 형법은 벌금을 미납할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여 일당을 산정하여 감경을 해주는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환형유치는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제도다.


따라서 일용 노동자들에게는 일당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형사재판에서는 일반적으로 5만원이 책정된다. 일당을 5만원으로 산정받은 노동자가 벌금 1000만원을 갚기 위해서는 200일간 노역을 해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허 전 회장에게 무려 일당 5억 원을 인정해줬다. 따라서 허 회장은 25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탕감받기 위해 단 49일만 노역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재판부와 검찰은 이미 허 전 회장에 대한 판결에서 부터 특혜 의혹에 시달려 왔다. 허 회장이 기소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범죄는 포탈세액의 2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형을 자유형과 함께 선고하게 되어 있다. 앞서 밝혔듯이 허 전 회장은 법인세 508억 원을 탈세하고, 회삿돈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포탈 세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벌금을 선고했다. 심지어 검찰 또한 구형을 할 당시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검찰과 재판부가 '회장님 살피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고에서도 어이없는 특혜가 적용됐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마당에 환형유치를 결정하며 법원은 허 전 회장의 일당에 납득할 수 없는 파격적인 기준을 적용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이다. 따라서 법원이 고의적으로 그룹 총수와 같은 소위 '있는 자들에 대한 배려'에 나선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로 1심에서 벌금 2340억 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의 1일 환산금액은 3억 원(780일)이었으며,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억 원(260일)이었다. 과거 비자금 사건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재벌 1위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하루 1억 1000만원의 일당을 인정 받았음을 감안하면 허 전 회장은 그야말로 '역대급' 배려를 받은 것이다.

'재벌님과 평민의 가치는 하늘과 땅차이' 인정한 법원
특히 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허 전 회장의 하루가 일반인에 비해 금액적으로 1만배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4일,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허 전 회장의 벌금 254억원에 대한 노역 일당으로 5억 원을 산정한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치주의 국가의 절대적 준칙을 깨뜨린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광주 경실련은 장 법원장이 이미 광주고법 부장판사 시절, 지역 내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임에도 대형마트 입점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치며 대형마트 입점을 인정했다며 천민자본주의적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성토했다.


또한, 허 전 회장은 도피 중이던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의 5성급 호텔식 아파트로 유명한 메트로폴리스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아파트가 2002년 당시 우리돈으로 46억 원에 매입했으며, 펜트하우스 급은 것으로 알려져 호화 해외 외유를 즐겼을 것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야당은 즉각적으로 허 전 회장과 관련하여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0일, 환형유치 최고금액이 최소액(5만원)의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 일명 '허재호 법'을 발의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환형유치 제도를 대기업 재벌들을 위한 벌금 탕감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법조계와 제도권에 대한 비판도 빗발치고 있으며,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허 전 회장의 노역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배'라고 강조하고 "이번 사건의 양형과 형 집행에 통탄한다"며 "노역장 유치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동시에 향판(지역법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2일 구금 허 전 회장은 이미 3일을 노역장에서 보내 15억의 벌금을 탕감받았다. 그러나 말만 노역장이지 노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광주 교도소에 의하면 허 전 회장은 22일 오후 6시께, 인천공항에서 신병이 확보된 후 당일 구김되어 하루 노역이 인정되었으며 23일은 휴일이라 노역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24일에는 건강검진과 신입 수용자 교육을 받아 아무런 노동 없이 3일의 노역을 인정받았으며 15억 원을 탕감받았다. 서민들은 평생 노력해도 구경할 수도 없는 금액의 단위를 넘나드는 회장님의 위용과 이를 당연하게 인정해준 지엄한 국법 앞에 국민은 서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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