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대작 시대를 연 '쉬리'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당대 최고 흥행을 누린 작품이다. 그런데 그 영화 제작사가 삼성영상사업단이라면 놀란다. 대부분은 "삼성이 어떻게 영화까지 만들었을까" 하는 반응이다.
영상사업단은 삼성그룹이 1995년에 영화 음반 비디오 게임사업을 제대로 해보자면서 발족했으며 삼성 안팎의 끼 있는 사람 600명을 모아 투자를 했다. 할리우드에 직원을 파견해 새 영화기법을 배워 오는 등 한국 영화산업 변화를 주도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도입한 것도 삼성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삼성영상사업단은 99년 말 '쉬리'영화를 끝으로 해체됐다.
그러나 삼성이 최근 미국 독립영화 관련 업체와 제휴를 맺고 연간 25만 달러 이상을 제작비로 대기로 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1995년 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기획 등의 인력을 모아 삼성영상사업단이라는 대규모 영화 사업 조직을 출범시켰다가, 1998년 정리한 적이 있다. 삼성은 이후 몇 편의 영화에 자사 제품을 간접적으로 광고한 적은 있지만, 직접 투자에 나선 적은 없었다.
# 삼성 미국 독립영화 지원
삼성전자가 미국 독립영화와 손을 잡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프리미엄 영화마케팅을 전개한다.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총괄은 18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영화감독협회 본부에서 열린 배우 겸 감독인 숀 펜이 제작한 독립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영화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인 '랜드마크'사와 손을 잡고 독립영화의 기획,배급,상영,홍보를 후원하는 토털 마케팅을 펼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껏 영화에 특정 상품을 사용토록 하는 마케팅을 전개해왔을 뿐이며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영화 마케팅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오동진 북미총괄을 비롯 랜드마크 극장 회장이자 미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 첫 후원작품이 된 '인투 더 와일드'의 숀 펜 감독 등 영화 제작자와 작가, 할리우드 영화 전문 취재진 등 75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랜드마크 영화관은 현재 미국내에 58개 극장에 229개 스크린을 갖고 있고 독립영화의 40%를 상영하면서 극장내에 와인 바를 갖추는 등 독특한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최대 독립영화관 체인이다.
# 온.오프라인 토털 마케팅 전개
삼성은 이번 결정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총괄은 "독립영화 관람객들이 지식층으로서 삼성이 타깃으로 삼는 고객과 일치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독립영화를 통한 소비자와의 감성적인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랜드마크와 손을 잡고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영화 산업에서 손을 뗀 이래 지난 10년간 직접 투자를 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의미를 남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영화 산업을 당장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독립영화를 통해 의외로 폐쇄적인 미국 영화 산업계에 대한 이해를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화 속 일회적·수동적 간접 광고(PPL)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은 콘텐츠 분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할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 삼성과 소니의 다른점
이번 제휴를 계기로 같은 전자제품 기반 업체이면서도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소니와 이를 포기한 삼성의 엇갈린 행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10년 전 '쉬리' 투자를 끝으로 영화 산업에서 철수했다. 반면 소니는 1989년 미국 컬럼비아사를 매입한 것은 물론 2004년 미국 MGM 영화사까지 인수하며 영화 산업에 의욕을 보였다.
소니의 영화사 소니픽처스는 2000년대 들어 부침을 거듭했으나 작년 말부터는 빠른 속도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금년 1~3월 사이 8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2000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콘텐츠 비즈니스는 바이오·태양에너지와 더불어 전 세계 유력 기업들이 미래 사업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라 조만간 다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옐로우엔터테인먼트과 함께 115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설립했다.
한화그룹의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인 '한화 제1호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은 TV드라마, 영화, 공연 등을 아우르는 문화 산업 펀드로, 옐로우엔터테인먼트 외에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컴과 대한생명, 한화기술금융, 벤티지홀딩스, 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등 8개 기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옐로우엔터는 조합원 가운데 TV드라마, 영화, 공연 등을 제작하는 유일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한컴 등 한화그룹 계열사와 문화콘텐츠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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