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의 ‘리튬 패권’과 아르헨티나의 ‘인간 존엄’ 훼손…포스코 “사실 아냐”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9 1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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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 아르헨 리튬 사업 ‘인권 리스크’ 직면… 본사 ‘부인’ 속 경영진 긴급 행보
국내선 7000명 직고용 ‘상생’ 외치지만, 현지에선 “상한 음식에 화장실도 없어” 폭로
임금 합의 번복 등 계약 불이행 논란까지… 현지 법적 대응 및 비판 여론 확산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리튬 패권을 노리는 ‘포스코홀딩스’가 글로벌 진출의 핵심 거점인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비인도적인 노동 환경과 처우에 반발하는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과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 포스코 아르헨티나 CP1(살타)과 CP2(카타마르카) 광산의 노동자들이 다른 광산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사진=현지 언론 '카타야마라 야' 갈무리

포스코홀딩스 서울 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현지 경영진들이 주지사 면담, 협력사 웍샵 등을 긴박하게 추진하면서 이번 사태를 축소·은폐한다는 ‘의혹’ 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최근 국내에서 협력사 근로자 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며 포스코가 ‘노사 상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터져 나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규모 정규직화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지만, 지구 반대편 사업장에서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환경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9일 해외 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지역 매체 ‘카타마르카 야(Catamarca Ya)’는 포스코 아르헨티나 사업장(CP1, CP2) 근로자들이 제기한 비참한 현장 실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CP1은 훌륭한 사업장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CP2 사업장은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위생 시설이 없어 물도 나오지 않는 간이 화장실을 사용 중이며, 세면대조차 없어 손도 씻지 못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급식 서비스 변경 이후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어 상한 음식을 먹고 응급 처치를 받는 등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근로자의 주장이다.

임금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근로자들은 타 광산업체에 비해 임금이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포스코 측이 아르헨티나 광산노동자협회(AOMA)와 정부 중재 하에 합의했던 임금 인상안(25~40%)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합의된 금액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사측 경영진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만족하지 못하면 떠나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이를 근거로 현지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적 대리인을 통해 정식 절차를 밟기로 했으며, 이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집단행동을 본격화했다.

포스코홀딩스 “사실 아냐, 소송 없어”… 그 사이 현지 경영진, 주지사 찾아 ‘물밑 작업’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서울 본사는 “현지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소송은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현지 아르헨티나 카타마르카에선 경영진들이 발빠르게 ‘위기 관리’에 급급한 모양새다.

 

▲ 지난 22일 아르헨티나 카타마르카 라울 할릴 주지사는 주지사 관저에서 포스코 아르헨티나 경영진을 접견하고 지역 생산 네트워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ESG 활동'의 공고한 성장을 위해 논의했다/사진=현지 언론 '안카스티' 기사 캡쳐

 

현지 매체 ‘엘 안카스티(El Ancasti)’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세진 포스코 아르헨티나 부사장과 폴 조(Paul Cho) ESG 이사, ESG 코디네이터 데이비드 권 박 등 핵심 경영진은 라울 할릴 카타마르카 주지사를 긴급 방문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역 상생과 현지 업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지 노동자들의 소송과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해 주정부를 상대로 긴급 진화에 나선 ‘물밑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 이사가 대거 참석한 점은 이번 소송의 핵심인 ‘노동권 침해’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단순히 노동 환경 문제를 넘어 현지 업체들 사이에서 제기된 ‘로컬 업체 소외론’과 맞물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포스코가 주지사 면담 직후인 29일(현지시간) 현지 업체들을 호텔 카지노로 긴급 소집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급한 불 끄기라는 분석이다.

결국 장인화 회장이 강조해 온 ‘글로벌 리튬 패권’의 이면에 현지 노동자들의 눈물과 비인도적 처우가 방치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기업 시민’ 정신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글로벌 리튬 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포스코홀딩스가 이번 ‘아르헨티나 인권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외쳐온 ‘기업 시민’ 정신의 진정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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