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밖으로 번진 KBO 흥행…유통업계, 팬덤 소비 선점전

김은선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0 06:14:09
  • -
  • +
  • 인쇄
275경기 만에 500만 관중 돌파…역대 최소 경기 기록
편의점·굿즈·뷰티·식품까지 야구 IP 협업 확산
2030 여성 팬덤이 소비 주도…비시즌·성적 쏠림은 변수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된 AI이미지

 

2026 KBO 리그가 275경기 만에 누적 관중 5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다시 썼다. 흥행 열기는 경기장 밖 소비로 번지고 있다. 야구장 인근 편의점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하고, 구단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뷰티·식품 협업 상품 판매도 늘면서 유통업계의 ‘야구 팬덤 소비’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KBO 흥행은 더 이상 입장권 수익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편의점과 음식점, 카페, 굿즈 매장으로 이동한다. 온라인에서는 선수 포토카드와 협업 상품이 팔린다. 야구가 스포츠 관람을 넘어 하나의 소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 개막 후 구장 인근 편의점 매출 최대 35% 증가

올 시즌 야구장 인근 편의점 매출은 개막 직후부터 전년을 크게 웃돌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잠실야구장 인근 15개 점포 매출이 개막 이후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와 협업한 야구 특화 매장 3곳의 굿즈 매출은 3억원을 넘어섰다.

CU가 운영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점포 매출은 같은 기간 32% 늘었다. 이마트24의 인천 SSG랜더스필드 인근 점포도 35% 증가했다.

품목별 증가세도 뚜렷하다. ‘2026 KBO 오피셜 컬렉션 카드’ 인기에 힘입어 완구류 매출은 전년 대비 168% 급등했다. 얼음은 157%, 아이스크림은 116%, 스포츠음료는 78% 늘었다. 관중 증가가 구장 주변 소비로 곧장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다. KB국민카드가 전국 9개 야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기가 열린 날 야구장 인근 주요 업종 매출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2025년 31%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편의점 증가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제과·제빵은 36%, 커피·음료는 31%, 음식점은 29%, 패스트푸드는 26% 늘었다. 올해 시즌 초반 지표는 이 같은 흐름이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업 상품 판매도 가파르다. GS25가 롯데웰푸드 스낵 브랜드 ‘오잉’과 협업해 지난달 15일 선보인 ‘오잉K불황태맛’은 이달 8일까지 약 10만개 판매됐다. 출시 첫 주보다 최근 일주일 매출이 34.7% 늘며 판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대원미디어와 함께 출시한 ‘2026 KBO 오피셜 컬렉션 카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야구 카드 누적 판매량은 730만 팩을 넘어섰고, 스포츠카드 전체 판매량은 1200만 팩을 돌파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관중 수 증가가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야구장을 둘러싼 유통업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 주도층은 2030 여성…굿즈 지출도 평균 상회

KBO 흥행을 떠받치는 핵심 소비층은 2030 여성 팬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 중 여성 비중은 56.7%였다. KBO 팬 성향 조사에서도 20대 여성의 시즌 평균 굿즈 지출액은 23만7000원, 30대 여성은 27만3000원으로 전체 관람객 평균 23만5000원을 웃돌았다.

여성 팬들은 선수 기록뿐 아니라 구단 소식, 굿즈, 이벤트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비 방식도 아이돌 팬덤 문화와 닮아가고 있다. 선수 포토카드와 키링, 유니폼, 응원봉 등 선수 IP 기반 상품 구매가 늘고, 선수 생일 카페와 팬클럽 커피차 문화도 경기장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CJ온스타일이 선보인 KBO 협업 굿즈도 2030 여성 고객의 호응을 얻으며 출시 직후 판매 채널을 네이버와 29CM 등으로 넓혔다. 야구 굿즈가 단순 기념품을 넘어 취향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BO 리그 팬들에게 굿즈는 단순한 응원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드러내는 소비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뷰티·식품까지 번진 야구 IP 경쟁

유통업계의 KBO IP 경쟁은 편의점을 넘어 뷰티와 식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메디힐의 마데카소사이드 세럼 KBO 협업 상품은 구단별 손목 밴드를 동봉해 올리브영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CU가 내놓은 마데카 쿨링패치 KBO 협업 상품은 의약외품 카테고리 매출을 전년 대비 81배 끌어올렸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인근 매장에서는 재고 4만개를 추가 확보했다.

식품업계도 야구 팬덤을 겨냥한 협업 상품을 늘리고 있다. 야구장 관람 수요와 온라인 굿즈 소비가 함께 커지면서 구단 로고와 선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그 전체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5시즌 프로야구 관련 매출은 7795억8000만원으로 8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입장권 수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뉴미디어 중계권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4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시즌 프로야구 소비 지출 유발 효과를 1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관중이 더 늘어난 2025·2026시즌에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이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 성적·구단 쏠림 변수…자립 구조는 여전히 과제

다만 KBO 팬덤 소비가 안정적인 산업 구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소비 효과는 인기 구단과 상위권 구단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2026시즌에는 KT 위즈 관중이 전년 대비 30% 늘어나는 등 하위권 구단도 성장세에 합류하고 있지만, 굿즈와 협업 상품 소비는 여전히 인기 구단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비시즌 공백도 변수다. 야구 팬덤 소비는 시즌 중 경기 일정과 성적, 스타 선수 활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성적 부진이나 스타 선수 이탈이 겹칠 경우 구장 인근 편의점 매출과 굿즈 판매가 동시에 둔화될 수 있다.

재정 자립도 과제다.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의 전체 매출에서 모기업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40% 수준이다. 2024년 이후 이 비중이 줄고 자체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완전한 재정 자립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야구 팬덤 소비가 시즌 중 단발성 특수를 넘어 연중 소비 사이클로 진화하고 있다”면서도 “구단 성적이나 스타 선수 부재에 따라 소비 온도차가 커질 수 있어 단기 이벤트보다 중장기 파트너십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BO 흥행은 이제 경기장 안의 관중 수를 넘어 경기장 밖 소비를 움직이는 산업 변수로 커지고 있다. 관건은 이 열기를 일회성 특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팬덤 소비 구조로 바꾸는 데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