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상과 청약, 도심 주택 확보, 민간 금융지원에 이어 경영진 개편까지 추진하며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성훈 사장 취임 후 현장 중심의 사업 관리가 강화된 가운데, 조만간 상임이사 인사까지 마무리되면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 사업의 의사결정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LH의 최근 행보는 계획보다 실제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사장은 지난 6일 취임하면서 “국민이 집을 기다리는 시간을 단 하루라도 줄이는 것이 LH의 중요한 책무”라며 인허가와 보상, 조성공사 등 사업 전 과정의 혁신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잇달아 방문한 것도 공급 속도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보다.
| ▲ 이성훈 LH 사장. [LH]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다. 광명시흥은 약 1271만㎡ 부지에 주택 6만7000호를 공급하는 3기 신도시 최대 규모 사업이다. LH는 당초 11월로 예정됐던 보상 착수 시기를 7월로 약 4개월 앞당겼다. 대규모 공공택지 사업에서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 착공과 입주 일정도 연쇄적으로 밀리는 만큼, 보상 조기 착수는 공급 시간을 줄이기 위한 첫 단추로 평가된다.
고양창릉에서는 공급이 청약 단계로 넘어갔다. LH는 S-3·S-4블록에서 총 2306호의 입주자를 모집했다. 광명시흥이 보상 단계에 진입했다면 고양창릉은 실제 실수요자가 주택을 선택하는 단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장기간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에 머물렀던 3기 신도시가 점차 착공과 분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심 주택 공급 방식도 넓어지고 있다. LH는 서울과 수도권의 공실 상가·오피스 등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청년과 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LH와 매입약정을 체결한 뒤 비주택 건물을 주택으로 전환하면 LH가 완공 후 매입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도심에서 기존 공간을 활용해 공급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다.
민간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병행한다. 신축매입약정사업의 수도권 토지확보지원금을 확대하고, 공정률에 따라 공사대금을 앞당겨 지급해 착공 지연을 줄이기로 했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에는 총사업비의 80%, 신혼희망타운과 일부 지연 사업에는 최대 90%까지 금융보증을 지원한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민간 참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이 금융 안전판을 제공해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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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주왕숙지구 내 안전보건센터에서 이성훈 LH 사장(가운데)이 이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LH] |
사업 속도전에 이어 조직 쇄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조직별 업무보고를 마친 뒤 상임이사 인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석인 부사장을 포함해 주거복지·국토도시·공공주택·경영관리본부장 등 상임이사 6명이 인사 대상이다.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거론되며, 전원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상임감사위원과 주요 본부장 대부분은 이전 정부나 사장 대행 체제에서 임명됐다. 이 가운데 상임감사위원과 일부 본부장은 이미 임기가 끝났지만 사장 공백으로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LH는 올해 비상임이사 8명 중 7명을 교체한 데 이어 상임이사 인사까지 마치면 새 경영진 구성을 사실상 완료하게 된다.
경영진 개편은 단순한 인적 교체보다 공급사업의 책임과 권한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LH는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개발뿐 아니라 공공분양·공공임대, 신축매입임대, 도심복합사업 등 정부 공급대책 대부분을 실무에서 수행한다. 사장과 본부장 사이의 정책 방향이 일치하지 않거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보상과 인허가, 공사 발주 일정이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
다만 대규모 인사가 오히려 사업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미 진행 중인 보상과 청약, 착공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조직 쇄신 효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새로운 경영진에 필요한 것은 공급 목표를 다시 발표하는 일이 아니라 지연 원인을 찾아 실제 일정을 줄이는 능력이다.
최근 LH는 광명시흥 보상을 4개월 당기고, 고양창릉 2306호를 청약시장에 내놓았다. 공실 건물을 청년주택으로 바꾸고 민간사업자의 금융 부담도 낮추고 있다. 여기에 경영진 개편으로 의사결정 체계까지 정비된다면 이성훈호의 공급 속도전은 현장 실행 단계로 한층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주택 공급의 성패는 발표한 물량이 아니라 입주까지 걸린 시간으로 판가름 난다. LH가 이제 줄여야 할 것은 목표 숫자가 아니라 국민이 집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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