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년후견인 1차 심리에 직접 증언
신격호 “판단능력 50대 때와 동일”
신정숙 “같은 말 반복, 치매 의심”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롯데家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3일 오후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번 심리에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심리에서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신청한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정숙 씨의 법률 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를 수 십번씩 되풀이했으며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 나온 곳이 법정인지 등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법원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나 구체적인 심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본인 측과 사건 청구인 측이 모두 정신감정 실시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당초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더 이상 스스로 일관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신격호 후계자’를 자임하는 장남 신동주 회장측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 상태라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은 성년후견 개시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 신동주 회장만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결국 성년후견 개시에 있어 최대 관건은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의 상태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능한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후견인을 정해 대리권을 행사하게 한 제도다.
따라서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사의 감정을 거쳐 성년후견인 지정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신 총괄회장에 대해 법원이 성년후견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신 총괄회장은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이 경우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토대로 제기된 일련의 롯데 경영권 관련 소송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회장의 ‘대세 장악’도 흔들리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은 다시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후견인이 지정된다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설은 기정사실로 공인되는 동시에 신 총괄회장의 법률 행위는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한 신동주 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되며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한편 2차 심문기일은 다음달 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 심리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방법과 시기, 감정을 진행할 기관(병원) 등 세부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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