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장사업…車 악몽의 재현?

여용준 / 기사승인 : 2017-09-12 13: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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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야심차게 진출…총수 부재 사업 '제자리'
인텔·LG전자 앞서가는데…삼성자동차 악몽 재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문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에서는 위기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2월 사업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추가 사업확장이 어려워진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을 단숨에 끌어올렸지만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자리를 비우게 됐다.


오너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추가 사업확정이 어려워지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발을 딛은 자동차 관련 사업에서 위기가 닥치자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시절 삼성자동차의 악몽을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바이두나 미국의 애플, 국내 LG전자보다 늦은 2015년 12월에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며 단숨에 사업규모를 키워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의 전기차 부품업체 비야디에 5000억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전기차 뿐 아니라 스마트폰 부품 사업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초 구속되면서 추가 M&A와 사업확장이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지난달 말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장기 부재의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한때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에 대한 추가 인수설도 있었으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조용해졌다.


삼성전자는 우선 완성차보다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와 센서에 집중하며 사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승인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요타 프리우스나 아우디 A3에 탑재해 테스트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조용해진 사이 경쟁업체들은 전장사업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카사업부’라는 이름으로 전장사업에 진출한지 10년이 넘은 LG전자는 2013년 VC사업본부라는 이름으로 전장사업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14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 참가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전장 부품을 선보인다.


LG전자는 최근 벤츠에 ‘차세대 ADAS(지능형 주행 보조 시스템) 전방 모노 카메라’를 공급한데 이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규모는 약 1조원대로 알려졌다.


인텔은 칩 기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제조업체인 모빌아이의 인수를 마쳤다. 인수가격은 153억달러(한화 약 17조원)다. 인텔은 모빌아이의 인수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사업에 진출을 선언하며 올해 안에 완전 자율주행차 10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편 삼성전자 전장사업에 대한 위기설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자동차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삼성자동차는 삼성그룹의 가장 실패한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삼성자동차는 1995년 삼성그룹이 세운 완성차 기업으로 1998년 중형 세단 SM3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사업이 어려워졌다.


1999년 이건희 회장은 사재 2조8000억원을 출연하며 기업을 살리려고 했지만 그 해 12월 삼성자동차 법정관리인인 홍종만 사장은 삼성자동차의 해외매각을 발표한다.


이때 1999년 3월 출범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6200억원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오늘날 르노삼성자동차로 자리잡게 됐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완성차가 아닌 소프트웨어 등 부품에 집중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0년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기차 사업 진출여부를 묻는 질문에 “바퀴달린 것은 대형 냉장고를 빼고는 안한다”며 부인한 바 있다. 이 발언 역시 삼성자동차의 실패에 대한 기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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