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시간 끝에 공식사과…합의과정 진통 예상
"기업들, 유가족 아픔 진정으로 헤아려야"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18일 롯데마트가 관련 업체 중 처음으로 공식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피해가 처음 보고 된지 5년여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유가족 측은 “검찰 소환조사가 시작되니 사과”라며 “진정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 측은 옥시, 홈플러스 등 관련 기업들과 협의할 것, 정부가 아닌 롯데마트가 직접 피해 신고를 받을 것,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피해자의 요구사항과 가해 기업이 여러 곳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대립은 흡사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에 대한 피해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며 진행된 이 갈등은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 측의 갈등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노동자 황유미씨(23·여)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중심으로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발족했으며 이때부터 긴 싸움이 시작됐다.
2009년 5월 근로복지공단은 故 황유미씨를 포함한 6명에 대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렸으나 다음해인 2010년 행정법원은 故 황유미씨와 김경미씨 등 4명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
한동안 진전이 없던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갈등은 2014년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식사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권 부회장의 사과는 2007년 황유미씨의 사망 이후 처음이었다.
반올림 유족 및 피해자 대표 6명을 중심으로 발족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2014년 9월 발족했다. 또 11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발족해 가대위와 조정위, 삼성전자, 반올림 간의 협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협상은 몇 차례 진통을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 100여명에 보상금이 지급됐으며 올해 1월 삼성전자와 반올림 교섭단 대표 간 최종 합의서에 서명이 이뤄졌다.
삼성전자 교섭 대표단장인 백수현 전무는 “오랫동안 묵어왔던 이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합의 정신을 잘 이행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올림의 교섭단 대표인 황상기씨는 “재발방지 부분은 상당히 미흡하지만 너무 시간을 끌어오다보니 일단 여기서 일단락이 됐다”며 “삼성이 반올림과 대화해서 보상과 사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반올림은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공장 백혈병과 가습기 살균제는 차이점도 분명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는 가해 기업이 여러 곳인 것과 현재 검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조사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지만 가해 기업이 여러 곳이라 오히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사고가 알려진 시점에서 5년이 지났다.
한 관계자는 “어느 지점에서 합의가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가족을 잃은 억울함과 슬픔을 감안한다면 쉽게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의 죽음은 아무리 억만금을 줘도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기업들이 이 점을 헤아려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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