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된 지 단 한 달 만에 ‘19만9000원’까지 몸값이 내려갔다. 출고가 81만4000원과 비교하면 1/4 토막난 셈이다.
아이폰마저 ‘버스폰’ 신세로 전락했다. SK텔레콤이 주말사이 보조금을 쏟아 붓고 낮은 가격에 아이폰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을 지양하는 애플사 정책으로 ‘가격 방어’가 상대적으로 컸던 옛 명성도 이젠 사라졌다.
‘버스폰’이란 버스탑승 가격과도 같은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을 의미하는 용어로, 고가 스마트폰의 경우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출고가의 절반 이하로 팔릴 경우 버스폰으로 불리고 있다.
◇ 반토막도 아닌 ‘반의 반토막’으로
사건은 지난 주말을 틈타 터졌다. IT 커뮤니티 사이트 ‘뽐뿌’와 온라인 휴대폰 공동구매 카페에서다. 이들 온라인 사이트에서 할부원금이 무려 32만9000원에 나왔다. 할부원금은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출고가에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뺀 나머지다. 즉, 보조금 48만5000원이 투입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권고한 법정보조금 27만원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여기에 62요금제 이상일 경우 ‘프로모션 할인’격으로 13만원의 단말기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 해당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24개월에 걸쳐 추가로 할인되는데, 즉 24개월 꾸준히 62요금제 이상을 쓴다면, 결국 아이폰5를 19만9000원에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19만대 아이폰5’ 유통기간은 길지 않았다. 이통3사가 영업정지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반나절 동안 ‘반짝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저가에 아이폰5를 판 통신대리점들은 ‘주말 특별 정책’이라며 이른바 치고 빠지기식의 영업전략으로 고객을 모은 탓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악성재고… ‘아이폰의 굴욕’
아이폰5가 이렇게 한 달 만에 ‘버스폰’ 신세가 된 이유와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폰5 재고 처리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아이폰5는 한 달 동안 40만대가량 팔렸다. 통신사들은 아이폰5의 교체수요를 200만대로 보고 최소 15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지난 4일 기준 아이폰5의 판매량은 40만대 수준에 머무른 상황으로, 예상한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한마디로 아이폰5가 예상만큼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시 초기 이후 판매량이 대폭 줄어드는 스마트폰의 판매흐름을 봤을 때 통신사들이 예측한 150만대를 모두 팔기 힘들 것이란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최근 아이폰5의 판매량인 일일 평균 5000~1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아이폰 신제품 출시설과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에서 새 단말기를 내놓고, 애플도 5월 중에 아이폰5S를 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이통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탓에 다급해진 통신사들이 악성 재고로 쌓이게 될 아이폰5를 저가에라도 판매하려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이런 현상이 주로 ‘SK텔레콤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7만원 갤럭시S3’ 사태는 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보조금 전쟁을 벌이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이번에 KTㆍ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홀로 과감한 보조금을 투입했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갤럭시S3도 34만원, 베가R3는 17만원에 팔리는 것도 ‘SK텔레콤 번호이동’ 조건에 한해 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영업정지 2주를 앞두고 재고처리와 가입자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라고 보고있다. SK텔레콤은 오는 31일부터 22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5가 예상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여 있고, 휴대폰 판매가 활발한 졸업시즌에 영업정지 기간이 걸려 있어 다급한 상황”이라면서 “방통위 눈치를 보기보다는 매출 걱정이 중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 전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정지 기간 동안 빼앗긴 가입자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고, KT도 영업정지를 앞두고 묘수를 꺼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아이폰5는 공짜폰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로 정신이 없고, 폰파라치 제도도 휴대폰을 구매한 사람만 신고할 수 있어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방통위가 철저한 조사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특정 이용자만 상당액의 보조금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日 부품 업체, “아이폰5 부속 생산 줄일 것”
이런 가운데,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본 기업들이 아이폰5의 판매 부진으로 터치패널 등 부품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아이폰5의 몰락이 점차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가 1∼3월 아이폰 5에 사용되는 터치패널 생산량을 애초 계획의 절반 정도로 줄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애플사가 같은 기간에 총 6천500만대 분량의 터치패널을 주문할 계획이었지만 아이폰 5의 판매 저조를 이유로 이를 절반 정도로 줄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샤프가 운영하는 가메야마(龜山) 제1공장의 1∼2월 아이폰 5 터치패널 생산량은 지난해 10∼12월보다 약 40%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재팬디스플레이가 아이폰5 터치패널 전용 생산 공장인 노미(能美)공장의 가동률을 지난해 10∼12월보다 일시적으로 70∼80% 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의 이시카와(石川) 공장은 다른 회사용 터치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생산라인 전환에는 수개월 걸릴 전망이어서 당분간 아이폰 5 부품 수주량 감소가 그대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코엡손이나 무라타제작소, TDK 등 터치패널 이외의 아이폰 5 부품 공급업체들도 “1월부터 아이폰 부품 수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외에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5의 터치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LG쪽 동향은 확실하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5 외에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용 터치 패널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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