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법정관리 최단기 탈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삼환그룹이 잇따르는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총수일가의 비자금 의혹 논란이 계속되더니, 급기야 검찰이 칼날을 빼든 것이다.
삼환기업 노조는 지난해 11월 최용권 회장이 회사 돈을 수십 년에 걸쳐 빼돌려 수백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최 회장을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탓에 삼환기업은 물론, 자회사인 삼환까뮤, 노조가 최 회장의 차명계좌가 있다고 지목한 삼환 계열사 신민저축은행도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 노조가 ‘회장님’ 고발한 이유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지난해 삼환기업 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최 회장에 대해 지난달 28일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노조 측이 근거자료로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USB에는 삼환기업 경영관리팀 손 모 차장이 허종 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다수의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회장 일가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내역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의 혐의사실이 확인되면 빠른 시일 내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늦어도 오는 3월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은 최 회장의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했던 손 차장이 회사 돈 12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차장은 2003년부터 약 8년4개월간 업무상 보관하던 회사 소유 주식을 50회에 걸쳐 임의로 처분해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해 증권사 지점장 인감을 도용한 혐의도 받았는데 1심 재판부는 이들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해 손 차장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지난해 7월 관련 범행은 손 차장이 최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업무를 수행하다 벌어진 일이며 회사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대폭 형을 낮췄다.
이에 반발한 노조 측은 삼환기업 비자금과 관련해 최 회장을 고발했다. 노조는 그간 최 회장이 삼환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자 지난해 6월 초 계열사인 삼환까뮤에 ‘회사 자금 130억원을 지원하도록 불법 지시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사측의 경영난이 심한 상황에서 회사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배임에 해당하기에 회사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최 회장이 묵살하고 이를 강행했다. 이 탓에 삼환까뮤까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고 전했다.
그 와중에 지난해 초 최 회장과 삼환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신민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 불법 대출과 당기순이익을 200억 원 부풀려 자기자본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2011년 11월에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직원이 임의로 매각하는 횡령사고도 잇따랐다. 더군다나 최근 불거진 최 회장의 여파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신민저축은행은 삼환기업 노조가 최 회장의 차명계좌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이 같은 삼환기업의 몰락은 당초 각종 비리와 부패로 예언됐다. 앞서 삼환기업은 지난해 7월6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으며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후 삼환기업은 채권은행들과의 협의를 거쳐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했지만 돌아오는 어음 120억원 가운데 70억원을 막지 못한 채 워크아웃 신청 불과 닷새 만인 16일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환기업은 영업 손실 740억, 당기순손실 99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최악의 성적표다. 재무지표도 매년 급격히 악화됐다. 2007년 104%이던 부채비율이 작년 말에는 236%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71%에서 86%로 낮아졌으며 자기자본비율도 49%에서 30%로 감소했다. 자기자본 대비 차입금 비율도 100%에 달했다.
◇ ‘여우 피하자 호랑이 만나’
삼환기업은 시공능력평가순위 29위의 중견 건설사로, 2008년 이후 건설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지난해 7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달 17일 법원은 회생 계획 수행에 걸림돌이 없다고 판단, 삼환기업에 회생절차 조기종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고발 건으로 검찰의 칼날이 삼환을 겨누기 시작하면서, ‘여우를 피하자 호랑이를 만나는’ 격의 거듭되는 악재를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번 고발 건과 관련, 삼환기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찰 수사 중인 단계로,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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