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말 억울허요"…키코피해 中企인들의 눈물①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0-03-09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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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소기업들한테 저질스러운 상품을 판매한 겁니다."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소규모 중소기업인 4명이 한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2000년 10월 설립된 엔화 수출기업 중소업체 A기업과 2007년 10월 신설된 자회사 B기업의 대표자인 C씨의 주장을 토대로 작성한 Q&A.

Q1. 은행들은 우수기업만 골라 키코 가입시켰다?

A1. 은행들이 한결같이 달러의 하락을 예고하던 2007년 말. 은행들은 한창 재무상태가 우수한 키코 가입대상 업체 리스트를 작성해 방문 판매했다. 환헤지 계약시 은행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현물(엔화 및 달러) 여부였다.

은행은 B기업이 달러 수금이 확정되면서 달러 헤지가 필요해지자 "신설법인도 헤지 수요가 있으면 키코에 가입할 수 있다"면서도 "본부의 승인이 안 될 것"이라며 A기업에 키코를 판매했다.

피해 지불능력이 있는 A기업이 엔화 수출회사인데도 신설법인인 B기업을 대신해 달러 키코에 가입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C씨는 "처음부터 우수기업을 노리고 오늘의 피해를 취득할 목적의 판매였다"고 주장했다.

Q2. 이익 극대화를 노리고 엔화를 달러로 '교차헤지' 했다?

A2. 원/엔화로 되어 있는 환리스크를 달러/원으로 헤지하는 것은 시장의 일반적인 관행도 아니고, 두 통화의 움직임에 100% 상관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제대로 헤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C씨는 당시 엔화가 목표환율인 10에 미달한 상태에서 뚜렷한 상승세에 있었기 때문에 헤지할 이유도 없었다.

Q3. 환율 상승기에 소기업 노린 변형된 키코 구조?

A3. 은행은 C씨에게 외국의 달러 환율 전망자료를 제시하며 "내부 자료라 복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달러 경험이 없는 C씨로서는 당시 환율 전망을 은행과 언론에 의존해 가입하게 됐다.

중견기업군에 이어 소기업군이 가입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같은해 9월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이듬해 2월 피해가 시작되면서 C씨는 피해 종료시점인 2010년 1월까지 12억 원에 키코를 정산했다. 결국 4500만 원을 헤지하는 계약으로 인해 12억 원을 낸 것이다.

은행은 특히 '제로코스트(Zero Cost)'를 붉은색 글로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라는 숨겨진 수수료가 52%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C씨의 경우, 지불한 8만4328달러 중 숨겨진 수수료가 4만3925달러다. 계약서에는 달러로 엔화를 헤지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C씨는 "키코상품은 평소 믿었던 보험판매원이 수수료가 없다고 유혹하며 보험금 12만 6595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시키고는 고객 모르게 보험료로 30만 달러를 처음부터 빼내간 전형적인 사기 금융계약"이라고 주장했다.

Q4. 키코 구조에서 KNOCK OUT의 함정?

A4. 키코는 헤지를 받을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이다. 이를 역이용해 기대 헤지효과가 작은 만큼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게 했다(low return, low risk)는 착시를 유도했다는 게 C씨의 주장이다.

Q5. 키코는 제로섬이었나 보험이었나?

A5. "보험처럼 생각해 우리도. 환율 올랐으니까 환차익만큼 이익날 것 못 받으면 그만이다 생각하고. 가입하겠다." C씨가 은행 담당자와 나눈 대화의 녹취록 내용이다. 이 당시 C씨는 기업의 손실이 곧 은행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제로섬' 거래가 아닌 보험 상품가입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C씨는 "기업은 은행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은행이 방문판매 당초부터 기망할 의도를 가졌다면 기업으로서는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거대은행과 소기업의 관계"라고 말했다.

Q6. 은행은 분명히 위험고지를 했다?

A6. 은행은 C씨에게 "향후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씨에게 이를 설명한 부지점장은 은행 증인신문 조서에서 "상품제조나 프라이싱에 관한 전문지식은 없다"고 말했다.

C씨는 "환율이 상승할 경우 기업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계약금액이 기업의 평균적 외화 순유입액을 초과할 경우(오버헤지) 손실 범위가 무제한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했지만 전문지식도 없는 판매원이 그럴 능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은행은 특히나 2008년 3월 C씨가 계약무효를 요청하던 시점에도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상품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가입대상기업 리스트까지 작성해가며 적극적으로 판매한 은행이 당시 적절한 위험고지를 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Q7. 은행이 의도적으로 손실폭을 확대했다?

A7. 은행은 C씨에게 총 4000여만 원의 계약에서 1개월 후 청산을 하게 되면 5억 원의 비용을 든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C씨는 계약 후 1개월이 지나 해약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은행은 2008년 4월 계약무효를 요구하는 C씨에게 여전히 "기회비용의 발생시점도 내년 2월 이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시장을 관찰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회신했다. 이 은행은 여전히 동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C씨는 "은행은 기업이 제기한 조기 계약무효 요구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기업을 손실 폭을 키웠다"며 "은행의 이익 극대화를 도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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