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가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란 구호 아래 피켓을 든 한 무리의 시위대가 자본주의 상징이자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 D.C.에 모였다. 그들의 행진은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피해를 입은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월가의 금융인들은 ‘막을 수 있었던 재난’에 명백한 책임이 있었음에도 도리어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였고, 그러는 사이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부채와 경제적 위험이라는 무거운 짐은 99%의 잘못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금융회생과 경제성장의 과실은 잘못있는 1%의 소수에게만 돌아갔던 것이다. 국민들은 거기 투입된 공적자금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해를 넘기면서 시위의 표적은 바뀌었다. 2012년 1월의 시위 구호는 ‘의회를 점령하라(Occupy Congress)’가 되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금융자본 계층을 넘어 미국 정치권력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모순덩어리 ‘경제 구조’가 결국 탐욕스런 부유층을 비호하는 ‘정치’에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깨달았다. 정치를 바꿔야 경제 시스템도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믿는 99%의 움직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표류하는 미국 정치 시스템은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게 되는’ 승자 독식 시스템을 과연 자연스런 혹은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의 흐름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승자 독식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는 감세와 규제 완화로 최상위 0.01%의 부유층만을 대변해온 미국의 정치권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독버섯처럼 자라온 탐욕스런 승자 독식 경제 시스템.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정치 제도를 가진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까? 예일대학교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제이콥 해커와 폴 피어슨은 이 책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에서 승자 독식 시스템을 만들어낸 미국 정치권력과 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해부해 보여준다. 폴 피어슨 외 저, 조자현 역, 2만2000원, 21세기북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