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올림픽 영웅의 몰락

임성준 / 기사승인 : 2013-02-21 17: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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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토리우스, 여자 친구 살해 혐의 체포

▲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15일 살인죄로 정식 기소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왼쪽). 남아공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리바 스틴캠프의 모습(오른쪽).

[토요경제=임성준 기자]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 살해 혐의로 체포돼 전 세계의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 자택에서 여자 친구이자 남아공의 유명 모델인 리바 스틴캠프(30)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체포된 후 조사를 받고 있다. 피스토리우스의 자택에서는 9mm 구경 권총이 발견됐으며 스틴캠프는 머리 등에 4발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선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현재 피스토리우스는 여자 친구 살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 강도로 착각? 계획 살인?
남아공 프리토리아 경찰은 14일 새벽 피스토리우스의 집에서 총격이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스틴캠프가 사망한 현장에서 피스토리우스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집에 도착했을 때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캠프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의 여자 친구는 이미 현장에서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여자 친구인 리바 스틴캠프는 리얼리티 TV쇼의 게스트이자 모델이다.


남아공 현지 일부 언론은 피스토리우스가 밸런타이데이를 맞아 이벤트를 하려던 여자 친구 스틴캠프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남아공 경찰 대변인 데니스 뷰케스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뷰케스는 “매우 놀랍다”며 “그 같은 보도는 경찰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강도 오인설을 일축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여자 친구 살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피스토리우스의 가족과 홍보대행사는 15일(한국시간) 프리토리아 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이 끝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 살해 혐의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틴캠프의 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피스토리우스도 캠프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며 “그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프리토리아 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받았다. 그는 법원에 도착한 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데스몬드 나이르 판사가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라”고 말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피스토리우스는 공판이 진행되는 40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재 피스토리우스가 고의적으로 여자 친구인 리바 스틴캠프(30)를 살해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들의 증언은 피스토리우스가 고의적으로 여자 친구를 살해했다는데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그의 이웃들은 오전 3~4시 사이에 싸우는 소리가 들렸으며 총소리가 들린 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총성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날 피스토리우스가 고의적으로 살해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나이르 판사가 “검찰은 이번 사건이 고의적 살인이라고 보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 총기 애호가·스피드 광
남아공 경찰은 피스토리우스가 2009년 한 파티에서 19세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아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보석을 신청할 경우 이를 반대할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가 살해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의 사생활이 평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총기 애호가인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피스토리우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잘 때 권총과 자동소총, 크리켓 배트와 야구 배트를 손이 닿을 거리에 두고 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피스토리우스는 기자가 총을 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개인 사격장에 데려가기도 했다.


또한 그는 스피드광이었다. 훈련이 없을 때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종횡무진 누볐다.


4년 전에는 보트를 타고 요하네스버그 남쪽의 강을 질주하다가 갈비뼈와 턱뼈가 부러지고 안와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보트에서 빈 술병이 발견됐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육상 황제 ‘충격’…유죄 땐 선수 생명 끝
육상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여자 친구 살해 혐의를 받고 체포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남아공)의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밝혔다.


16일(한국시간)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행사 참가를 위해 휴스턴을 찾은 볼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충격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피스토리우스가 애인을 살해했다는 것이) 진짜일까, 아닐까만 생각해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볼트는 “피스토리우스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했다.


‘피스토리우스와 연락을 취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볼트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본 후 어떻게 할지 결정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피스토리우스의 에이전트 피트 반 질은 17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서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앞으로 피스토리우스가 참가하기로 계약했던 모든 육상 경기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2013년 말까지 계약된 5개의 경기 출전을 취소시켰으며 재판 결과에 따라 두 다리 없는 의족의 올림픽 스타였던 피스토리우스는 두 번 다시 경기장에 설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질은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1층 짜리 붉은 벽돌 건물의 교도소에서 피스토리우스를 면회하고 돌아온 지 몇 시간이 지나 성명서를 발표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15일부터 그곳에 구금돼 있는 상태다.


피스토리우스의 여자 친구가 죽고 그가 체포되자 그의 겸손한 인간성과 아기 때 두 다리를 잃은 뒤 의족에 의지해 역경을 헤쳐 가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떠오른 노력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남아공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반질은 피스토리우스가 아직도 열성 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금된 그가 현재 어떤 감정 상태인지, 여자 친구가 죽은 뒤 앞으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장래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피스토리우스의 스폰서들, 특히 나이키 스포츠와 안경 생산회사인 오클리 같은 대형 스폰서들은 여전히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하지만 살인 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그 결과에 따라서 이들의 계약 유지 여부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피스토리우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는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어 선수로서의 장래는 끝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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